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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인쇄소 불 밝혔다…"한강 특수는 2002월드컵 후 가장 큰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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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책 100만부 돌파로 숨통…수년간 경영 악화로 인쇄소 줄줄이 문 닫아

"한강은 '가뭄 속의 단비'…한 달 이상 가길 기대"

연합뉴스

'한강 열풍'에 늦은밤 불밝힌 출판단지…인쇄기 '풀가동'
(파주=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 14일 밤 경기 파주시 파주출판단지의 아트인 인쇄소에서 인쇄기 기장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표지물을 점검하고 있다. 2024.10.14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업계를 뒤덮은 짙은 불황 속에 한강의 책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엿새 만인 16일 100만부를 돌파하면서 반색하는 곳은 대형 문학 출판사들과 대형서점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반기는 곳이 있다. 인쇄소다. 대형 출판사와 서점이야 안정적인 매출을 내왔지만, 인쇄소들은 출판 부수 감소 등으로 그간 힘겨운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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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한국 출판생산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9천979만부)부터 매년 신간 생산 부수가 떨어지는 추세다.

2020년에 8천165만부, 2021년 7천995만부, 2022년 7천291만부를 찍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7천21만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최근 10년간 정점을 찍었던 2018년(1천174만부)에 견줘서는 생산 부수가 30% 정도 감소한 셈이다.

이 같은 불황 속에 여러 인쇄소가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던 '보진재'가 대표적이다. 보진재는 3대째 가업을 이어온 가장 명망 있던 인쇄소였으나 불황의 타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2020년 폐업했다. 보진재뿐 아니다. 최근 수년간 중형 인쇄소 5~6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30년 업계 경력의 삼조인쇄 최원영 이사는 "알려진 것만 그렇다"며 "그 외에 작은 인쇄소들도 많이 도산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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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한 인쇄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조인쇄는 현재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인쇄하고 있다. 주 52시간 덕택에 일요일 하루만 쉬고, 24시간 인쇄기를 풀가동하고 있다. 3대의 인쇄기를 하루 종일 돌려도 찍어낼 수 있는 건 1만부 정도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삼조인쇄 외에도 다른 2~3곳의 인쇄업체가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찍고 있다.

최 이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인쇄소에 가뭄 속의 단비와 같다"며 "이처럼 호황을 누린 건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당시에는 기업체 홍보물을 비롯해 여러 인쇄 요청이 잇따르면서 '월드컵 특수'를 누렸는데, 이번엔 '한강 특수'를 누리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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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책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강의 저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인쇄 중인 한영문화사의 이현훈 전무는 "지난 주말에도 하루도 못 쉬고 인쇄기를 돌려서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황"이라며 "10월은 비교적 성수기여서 다른 곳에서도 인쇄 요청이 많은 편인데, 그 물량을 해소하지 못해 걱정"이라고 했다.

파주에 있는 한 출판사의 편집주간은 "한강의 책이 잘 팔리는 건 물론 출판계의 경사"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매출 감소로 힘겨워하던 인쇄소들의 상황이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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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연합뉴스 자료사진]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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