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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제3 독립돌격여단의 모병 홈페이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8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 곳곳에 이른바 '핀업걸'(Pin-up girl) 스타일의 모병 광고가 등장해 눈길을 끕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기계화보병여단인 제3 독립돌격여단은 기부금으로 확보한 전국의 빌보드 1천여 개를 활용, 이달 초부터 새 모병 캠페인을 개시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본드걸을 연상시키는 미모의 모델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 세워진 제3 독립돌격여단의 빌보드 광고에는 군복을 입은 남성에게 안기듯 몸을 누인 여성이 지긋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여단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모병용 홈페이지에는 한손에 권총을 쥔 채 연기가 치솟는 전장을 향해 오토바이를 모는 병사를 끌어안고 있는 여성 모델이 표지 사진으로 쓰였습니다.
지난 13일 유튜브의 제3 독립돌격여단 공식계정에 올려진 광고 동영상에선 아예 군복 차림의 두 남녀가 입을 맞추고 얼싸안은 채 서로를 쓰다듬는 선정적 장면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영상이 제작된 배경에는 휘하 130여 개 여단에 병무청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병사를 모집할 권한을 준 우크라이나 특유의 모병 제도가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입대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신병을 받으려면 같은 우크라이나군 부대끼리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공격적 광고 캠페인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군인 13명과 민간인 7명으로 구성된 제3 독립돌격여단 미디어팀을 지휘하는 크리스티나 본다렌코는 "현대전에서는 더욱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육군에 속하는 게 멋지다(cool)는 생각이 받아들여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조우 대대 초대 사령관이었다가 이후 이탈한 극우 정치인 안드리 빌레츠키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창설한 이 부대는 논란에 휘말릴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이런 광고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각 부대가 제작한 모병 광고가 우후죽순 솟은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띄는 데다 일각에서 비판이 나오더라도 대중의 관심을 끈다는 당초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제3 독립돌격여단은 2023년 3월 휘하 정예부대 지휘관 5명이 이례적으로 맨얼굴을 드러낸 광고를 제작해 하루 150∼200건씩 지원자가 몰리는 대성공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캠페인을 진행해 왔습니다.
두 번째 캠페인은 좀비 모습의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테마였고, 세 번째 캠페인에는 의자에 편히 앉아 푸른 하늘에 드론을 날리는 신병들이 등장했습니다.
네 번째인 이번 캠페인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병사들이 막사에 붙여놓았던 여배우 사진들에서 유래된 스타일을 의미하는 '핀업걸'이 선택됐습니다.
미디어팀 수석 디자이너 드미트로는 "일종의 가벼운 분위기를 가져오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여성 모델들과 함께 광고를 찍은 남성은 이번 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바흐무트와 아우디이우카에서 거듭 중상을 입고 키이우에서 회복 중이던 여단 소속 병사로 전문 촬영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런 홍보 활동은 신병 모집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유튜브 광고료만 월 1만5천 달러(약 2천만 원)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본다렌코는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현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는 "민망하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누군지 보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반면 한 여성은 페이스북에 제3 독립돌격여단의 모병 빌보드 사진과 함께 "난 제3 독립돌격여단을 사랑한다. 이 차가운 가을 하늘을 견뎌내고 있는 모든 부대를 사랑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진=제3 독립돌격여단 홈페이지 캡쳐,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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