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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사설]세무조사 거부해도 속수무책, 빅테크가 성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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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세무 조사를 거부해도 제재가 소액의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법규상 국세청이 조사를 강제할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세 자료 제출이나 방문·면담을 거부하는 외국계 기업의 버티기가 고착화하면서 이들에 대한 과태료 처분 건수와 규모도 수년간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내 기업들에는 저승사자로 통하는 국세청을 외국계 기업들이 비웃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무 조사에 불응한 외국계 기업에 부과한 과태료 건수는 지난해 2건, 6600만원에 불과했다. 2019년 116건(21억 8000만원)에 비해 건수로는 98%, 액수로는 96% 줄었다. 국세청이 처벌을 강하게 하려 해도 국세기본법상 과세자료 제출 기피에 대한 과태료가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인 데다 “하나의 세무 조사에는 한 건의 과태료만 인정한다”는 것이 법원 판례(2021년)여서다. 외국계 기업들이 거액의 수익금을 해외 본사에 보낸 뒤 “자료가 없다”고 버텨도 처벌을 걱정하지 않는 주된 배경이다. 연 매출이 수조원에 달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법인세 기피를 당연시하면서 큰소리치는 풍토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심각한 것은 부과된 세금을 이들이 조세불복 단계에서 취소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들에 대한 국세청의 조세행정 패소율은 지난해 기준 19%로 전체 소송 평균(9%)의 두 배가 넘고, 6대 대형 로펌이 대리인인 경우 79.3%까지 올라갔다. “자료가 해외에 있다”며 버틴 외국계 기업들이 추계 과세를 한 국세청을 상대로 유리한 자료를 제시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계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방관하는 것은 조세 정의 훼손은 물론 국부 유출을 부추기는 행위나 다름없다.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은 물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외부 회계 감사와 법인세 회피를 위해 국내 법인을 유한회사로 대거 전환한 사례도 주목할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악의적 조세 회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법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조세 정의 앞에 국경이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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