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씨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를 공개했다. “김재원씨(국민의힘 최고위원)의 강력한 요청으로 알려드린다. 너의 세치 혀 때문에 보수가 또 망하는구나”란 문구와 함께였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명태균은 곧 철창 속에 들어갈 개”라며 “지금 겁에 질려 아무 데나 왕왕 짖는 것 아닐까 싶다. 빨리 철창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된 카톡 메시지에 따르면 명씨가 “내일 준석이(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당시 국민의힘 소속)를 만나면 정확한 답이 나올 겁니다. 내일 연락 올리겠습니다”고 말하자 김 여사는 “네, 넘 고생 많으세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제가 난감.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라고 답했다. 이어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라며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 암튼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카톡이 오간 구체적인 시기는 가려져서 표출되지 않았다.
이 같은 대화가 공개되자 대통령실은 즉각 해명하고 나섰다. 특히 김 여사의 ‘오빠’ 표현을 두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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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카톡속 ‘오빠’…친오빠라면 정치 개입 논란 부를 듯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모니터에 표시된 가운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명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님(윤석열 대통령)’으로 저장된 김 여사와의 대화를 캡처해 올렸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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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며 “대통령 부부와 매일 6개월간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명씨는 전날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대선 경선 국면이던 2021년 6월부터 6개월간 자신과 매일 수차례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파문은 더 확산하고 있다. 당초 여권에선 명씨의 주장을 과장이나 허세로 받아들였는데, 이날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김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한 명씨 주장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명씨는 이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 친오빠를 실제 만난 적은 있지만, 친오빠는 정치적인 내용을 모른다”며 “정치적인 걸 논할 상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내 말이 맞다는 걸 녹취 틀어서 증명하겠다”며 추가 폭로도 예고했다. 명씨는 또 다른 언론엔 김 최고위원이 사과할 때까지 유사한 폭로를 매일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여사, 명태균에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
국민의힘에선 지난 대선 때부터 수면 아래에서 정치 개입 논란을 야기했던 김 여사 친오빠 김진우씨가 다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도 악재로 보고 있다. 카톡에 거론된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김건희 여사가 오빠라고 지칭하는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만나거나 대화한 일도 없다”고 썼다.
최근 김 여사 리스크의 해소를 공개 언급해 온 한동훈 대표는 부산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민이 보기 안 좋은 일이 반복해서 생기고 있다”며 “국민의 불안과 걱정이 커지고 있어 제가 이미 말씀드린 그런 조치들을 신속히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국민 뜻을 따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명씨 관련 추가 의혹에 대한 질문엔 “앞선 답변으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2021년 9월 명태균씨와 강혜경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 관련 통화 녹취록 내용. [뉴시스] |
국민의힘 관계자는 “10·16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터져나온 대형 악재에 일단 여론의 동향을 유심히 살피는 중”이라며 “명씨가 뭘 가졌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대응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야권은 대통령실의 ‘친오빠’ 해명과 관련해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라고 비판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무식한 오빠로 몰릴 위기에 처하자 대통령실이 득달같이 나서서 친오빠를 앞세웠다”며 “‘무식한 오빠’가 대통령이든, 친오빠이든 공천 개입과 여론조작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명태균은 살라미처럼 문자 내용을 공개할 것이다. 그때마다 윤석열 정권은 흔들릴 것”이라며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이날 추가로 제기됐다. 뉴스토마토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 실무 담당자인 강혜경씨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포인트) 앞서게 해달라”며 “그 젊은 애들 있지 않냐.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더 나오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당시 경선에 참여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명씨와의 연루 의혹에 대해 ‘명씨가 경선 때 윤 대통령 쪽에 붙어서 여론조사 조작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인 셈이다.
이준석 “여사가 오빠라 하는 다른 사람 몰라”
녹취록에 언급된 조사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로,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인 미래한국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실시했는데 공표되지는 않았다. 해당 조사에서 적합도는 윤석열 33%, 홍준표 29.1%, 유승민 12.4% 순으로 집계됐다. 이때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격차는 3.9%포인트로 명씨가 지시했던 2~3%포인트 수준이었다. 강씨는 명씨 전화를 받고 진행하던 여론조사를 멈춘 뒤 가짜 통계를 뽑아냈다며 “응답이 나왔던 표본을 수정 작업한 거다. 조작”이라고 뉴스토마토에 말했다. 강씨는 21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시 대선 경선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여론조사 조작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당사자의 자백까지 나온 이상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특검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최재해 감사원장을 상대로 질의하면서 명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을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국감장 스크린에 띄웠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명태균이) 비선 실세라는 증거가 나온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이미 생명력을 다했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맞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이 밝힌 소명도 믿지 않는다면 누구의 말을 믿고 의정활동을 하고 국정감사를 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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