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하루’ 후폭풍…증권사 금융사고 손실 수천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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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규정 위반 1300억원 날려…하나, 랩어카운트 고객돈 500억원 손해
고수익 추구, 공격적 운용 관행 탓…변동성 커지면 무한대 손실 낼 수도
불확실성 장세 지속 전망, 금융권 위험 관리·당국 모니터링 강화 목소리
이례적인 변동장세로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의 여파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손실부터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사태 등 블랙먼데이 관련 증권사 사고액만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이는 증시 폭락을 계기로 증권사의 부실한 관행과 내부통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금융권과 당국의 위험관리와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랙먼데이 당시 국내 증시는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코스피는 역대 최대 낙폭(-234.64)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하루 만에 11% 넘게 폭락했다. 이후 증시는 비교적 안정을 되찾았지만, 금융리스크가 시차를 두고 뒤늦게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신한투자증권은 금융투자협회에 1300억원의 금융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ETF LP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선물옵션부에서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매매를 단행했는데, 블랙먼데이와 맞물려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증권사가 통상 수동적으로 운용하는 것과 달리 수익을 추구해 과도하게 운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P 업무는 무리할 필요가 없는데 추가 수익을 위해 (무리하게) 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포지션을 잘못 잡으면 (손실이) 크게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고는 발생 직후 회사에 고지해야 하지만 해당 부서는 손실을 감추기 위해 보고를 누락하고, 허위 스와프(특정 기간을 정해 금융자산을 서로 교환하는 것) 거래를 등록해 감시망을 피했다.
신한투자증권은 9월 분기 결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투자자의 자금이 투입되지 않아 회사의 자체 손실로 기록됐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14일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책임을 크게 통감한다”며 “위기 상황을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는 데 최우선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증권에서도 같은 기간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고액자산가 대상 영업점인 클럽원센터에서 판매한 랩어카운트(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는 양매도 전략을 활용했는데, 주가 폭락 사태로 투자자들이 총 5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양매도는 콜옵션(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에 살 권리)과 풋옵션(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에 팔 권리)을 동시에 매도해 수익을 얻는 투자전략이다. 그러나 블랙먼데이로 변동성이 커지자 무더기 손실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랩어카운트 판매 당시 안전하다고 권유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또 일방적으로 모든 거래를 취소해 일부 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 사태도 블랙먼데이의 변동성이 단초가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시 국내 투자자의 거래 취소 금액만 63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 등으로 변동장세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리스크가 언제 다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변동성이 커져 리스크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요구되는데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도 문제이고, 손실이 나면 상당히 사회문제화될 수 있다”며 “금융사들도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사의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 시스템과 당국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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