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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北, 경의·동해선 폭파... 남북 연결 완전히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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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북한이 15일 경의선 도로를 폭파하는 장면이 우린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 군 관계자는 폭발에 의한 비산물은 수십 m 상공으로 치솟았고,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상당수가 낙하했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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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남한과 단절해 북한을 요새화하겠다고 선언한 지 6일 만이다. 우리 군은 비무장지대(DMZ) 내 폭파 작업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하고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을 겨냥한 대응사격에 나섰다. 평양 무인기 침투 공방에 이어 접경 지역으로 폭발음과 사격 소리가 난무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북한이 오전 11시 59분 경의선 도로, 12시 1분 동해선 도로·철도 수십 미터 구간을 폭파했다"고 밝혔다. 폭파는 경의선과 동해선 MDL에서 북쪽으로 10m 정도 떨어진 국경 바로 인근에서 진행됐다. 6m 높이의 가림막을 설치한 뒤 이뤄진 폭파로 파편이 수십 m 높이까지 치솟았다. 합참은 폭파 현장과 이를 촬영하는 북측 인원들을 찍은 영상도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총참모부가 오전 요새화 작업 착수 성명을 낸 뒤, 오후에 곧바로 100여 명씩 (병력을 투입해) 곡괭이와 삽으로 구멍을 낸 뒤 폭약을 넣고 땅을 메우는 작업을 했다"며 "폭파 규모는 크지 않았고, 폭파 뒤 바로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을 동원해 아스팔트 조각을 걷어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규모가 작아 '보여주기식 쇼'로 보인다"며 "폭파 면적은 폭이 20m인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길이는 60~70m 수준"이라고 전했다.

군 당국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사전 경고가 없었고, 상당량의 비산물이 MDL 이남으로 낙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군은 경고 방송 후 자위권을 발동, MDL 이남 100m 지점 표적지로 K4 고속유탄기관총과 K6 중기관총을 각각 수십 발씩 대응 사격했다. 사격 후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에 통보했다. 북측의 대응 사격은 없었다.
한국일보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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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날 '폭파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확실한 결별'의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군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에게 남쪽에 기대지 말라는 것을 가시적 단절을 통해 보여주는 동시에, 남한을 향해 앞으로 거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물로 꼽힌다.

북한이 이날 도로를 파괴하면서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마찬가지로 법적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일부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는 북한의 요청에 의해 1억3,290만 달러(약 1,800억 원) 차관 방식으로 건설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447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북한은 연일 대남 공세수위를 높였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경의선· 동해선 폭파 직후 담화를 내고 "한국군이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도발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직접 나섰다. 폭파 전날인 14일 '북한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인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 정찰총국장의 종합분석 보고와 총참모장의 대응 군사행동계획을 보고받았다.

상황이 엄중해지자 당초 정부를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도 신중 기조로 돌아섰다. 안보상황점검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기조에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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