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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침체·성장 오간 올해 경기 전망 시나리오…희·비극 예단 말고 대비를[윤지호의 투자, 함께 고민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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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인문학을 폄하하는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준 사건이다. 문학은 이야기다. 이야기를 만드는 힘은 구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정의한 ‘플롯’은 인과관계로 연결된 사건의 결합이었다.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 속 사건들도 실제로는 필연성과 개연성을 가지고 극적 상황을 만들어간다.

2024년 투자 이야기의 주인공은 경기다. 경기 전망에 따라 금리와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외환시장이 들썩이며 글로벌 자금 흐름이 흔들린다. 고금리로 자산 소득이 늘어난 이들이 있는 반면 빚 때문에 한계 상황에 들어선 자영업자는 폐업으로 내몰린다. 임대나 이자 소득이 임금을 압도하는 시대, 마태복음 25장 29절 ‘가진 자에게 더 많이 주어질 것이고, 가지지 못한 자에게는 그 가진 것조차 빼앗길 것이다’에서 유래한 마태효과에 반하는 의견을 내기 어려운 시대다.

높아진 금리로 견디기 힘들어진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고, 수입이 줄어든 자영업자와 기업이 고용을 감축하면 결국 경기침체에 들어설 거란 이야기가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 이전까지의 플롯이었다. 8월 시장금리는 정책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글로벌 유동성을 공급해 온 엔캐리 자금도 들썩이며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다. 평이한 이야기 전개였다. 막상 9월 연준이 금리를 0.50%포인트 인하(빅컷)했지만 증시 충격은 뒤따르지 않았다. 2개월이 지난 지금 오히려 글로벌 증시는 재차 고점 경신에 나서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극적 재미를 결정짓는 반전과 클라이맥스에 주목했다. 2024년 경기 전망이 급격히 반전된 시점은 9월 FOMC였다. 파월은 ‘빅컷이 경기침체와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정책 전환(pivot)이 아닌 정책 재조정(recalibration)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경제는 문제없고, 물가 안정으로 금리가 적절한 수준을 찾아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려 했다. 현시점에서 경기침체 없이는 물가를 못 잡을 거란 우려에서 벗어나, 침체 없이도 물가가 잡혀 가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예고했던 황금 경로에 들어선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관객들은 <오이디푸스 왕> 같은 비극을 좋아했다고 한다. 아들이 자신을 죽이고 자신의 아내와 결혼할 것이라는 예언을 오이디푸스는 끊임없이 부정하고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운명을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눈을 찌른다. 주인공이 현실을 깨달으면서 운명에 굴복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극은 마무리된다.

9월 연준이 금리를 내린 순간, 시장금리는 치솟았다. 빅컷이 등장했던 9월 FOMC 의사록을 보면 상당수가 0.50%포인트 인하를 반대했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향하기보다 경제가 양호하게 성장하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가 힘을 얻으면서 모두가 행복해진 2024년 가을이다. 아직은 희극이지만, 비극의 카타르시스가 우리를 기다린다면 우리는 과연 온전하게 그 마지막을 공감할 수 있을까? 2021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 주장했지만 이후 더 악화했다. 2024년 9월 경제는 괜찮다고 하지만, 아직 알 수 없다. 미국 대선에 앞서 반영되어온 부양정책이 주춤해지고, 세계 곳곳의 갈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급하게 내리고, 일본은 금리를 올릴 때 출현하는 발작도 이미 지난 8월에 경험했다. 각국의 정책 전환이 몰고 온 글로벌 유동성의 지형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투자는 금리와 연동된다. 그리고 금리는 곧 경기다. 경기가 침체(비극)로 갈지, 노랜딩(희극)으로 갈지 아직 끝을 알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것인가?

경향신문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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