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에바 대표(오른쪽)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멘토와 함께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에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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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불량률을 20% 낮췄습니다. 이제는 삼성전자 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올해는 매출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차를 타고 10분간 달리니 에바(EVAR)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바는 탄생부터 삼성전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에바는 이훈 대표를 비롯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을 통해 설립한 전기차 충전기 업체이기 때문이다.
2018년 분사 이후에도 삼성전자와 협력을 이어왔다. 주문은 밀려드는데 캐파(CAPA·생산능력)가 부족하자 삼성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이 대표는 "월간 캐파를 1500대로 예상하고 공장을 셋업했는데 주문은 4000대까지 늘었다"며 "한정된 자원에서 효율을 최대화하고자 삼성전자 멘토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지원을 거치면서 에바 생산성은 최대 33% 향상됐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조언은 '제조 현장 동선 효율화'였다. 에바 공장이 지식산업센터에 있다 보니 제조시설이 1~4호실로 칸막이로 나뉘어 있었던 것이다. 에바가 제조시설 벽체를 허물자 회사 성장을 가로막던 장애물도 함께 사라졌다.
조립 현장을 살펴보니 동선 효율화가 이뤄진 것이 한눈에 보였다. 기역(ㄱ)자와 디귿(ㄷ)자로 만들어진 테이블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손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에는 상판·하판 조립을 따로 하면서 번거롭게 이동해야 했는데 테이블 한 곳에서 충전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동선 효율화를 통해 단 한 명이 전기차 충전기를 조립할 수 있게 됐다"며 "리드타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도움과 함께 충전기 불량률도 크게 낮췄다. 벤츠 전기차에 탑재돼 있던 중국산 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며 한때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던 상황에서 불량률 감소는 의미 있는 성과로 다가왔다.
이 대표는 "입고 검사 과정에서 불량률을 많이 낮췄다"며 "업계 평균 불량률이 2~3% 정도인데 에바 제품은 0.3% 수준"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에는 '스마트제어 충전기'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는 "전기차로부터 배터리 상태 정보를 받아 충전량을 적정 수준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갖춰 더욱 안전한 충전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 상태·온도 등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 분석·진단하는 솔루션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에바는 생산관리시스템(MES)을 도입해 효율화에도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엑셀에 수기로 입력해왔던 데이터를 MES에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공장 한쪽에서도 MES를 통해 생산계획 대비 실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MES 없이 엑셀로만 데이터를 관리하다 보니 문제가 많았다"며 "기업 회계·물류 규모가 커지면 플랫폼 인프라스트럭처도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자동화 비율을 늘려가며 최종적으로는 제조 효율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ES 도입으로 펌웨어 에이징 검증의 생산성도 높아졌다. 이 대표는 "모니터로 상황을 한 번에 파악하며 그래픽도 바로 그릴 수 있게 됐다"며 "예전에는 테스트 설비가 36대(12×3대)였으나 48대(16×3대)로 늘리면서 생산량을 높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에바는 디테일도 함께 잡아냈다. 제함기를 설치해 박스를 자동 포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전에는 4~5명이 박스를 손수 접어 주차장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그러다 보니 제품을 생산하는 데 많은 인력·시간이 소모됐다.
이 대표는 "이제는 혼자서 박스를 포장하면 되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쉽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 경쟁력도 높였다는 것이 에바 측 설명이다. 해외 바이어가 에바 공장을 방문하고 나서 신뢰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우리의 스마트공장을 설명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을 정도"라며 "잠재 고객사를 초대해 공장 투어를 진행하니 실제 영업·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일본 고객사들도 에바 스마트공장을 보고 반했다고 한다. 일본의 대기업만큼 에바가 스마트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잠재 고객사를 공장으로 데리고 오면 곧바로 계약이 진행될 정도"라고 말했다.
에바는 데이터 통합 관리를 통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산에 입력되기 때문에 재고량 파악부터 제품 입출고를 빨리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의사결정 속도를 2배 이상 높여 생산성도 향상할 것"이라며 매출을 2배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용인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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