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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리학적 분류별 비만 치료제 매출 현황 및 전망. GLP-1 시장은 비만 관련 R&D 파이프라인 증가와 신흥 시장 접근성 개선 등으로 향후 5년간 약 5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비GLP-1 RA 약물 매출은 향후 5년간 약 25.7%의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바이오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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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전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세마글루티드)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후발주자들은 효과와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등의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에 앞서 '삭센다'(리라글루티드)로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해 왔다.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 약물인 삭센다는 당초 '빅토자'라는 제품명의 당뇨치료제로 사용돼 왔으나 임상 도중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리라글루타이드의 용량 변경을 통해 비만 치료제로 개발됐다.
위고비 또한 지난 2017년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란 이름의 제2형 당뇨 치료제로 먼저 허가받았고, 비만 치료제로는 지난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은 이후 1년 6개월 만인 이날 출시했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같은 GLP-1 계열 약물로 원리가 같다. GLP-1 비만치료제는 인크레틴 호르몬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하며 체내 인슐린 합성 및 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한다.
하지만 삭센다는 임상시험에서 대상자의 체중을 5~10%가량 감소시켰고, 위고비는 68주 투여 기준 체중을 평균 14.8% 감량해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또 삭센다는 1일 1회 투여 방식인 반면, 위고비는 주 1회로 줄여 편의성을 대폭 개선해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 나갔다. 위고비는 작년 기준 매출이 6조원(313억4300만 크로네)에 달해 '메가 블록버스터'(연 매출 100억 달러 이상인 의약품)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위고비의 가파른 성장세는 전체 시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 8월 발간한 '글로벌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2.2% 성장해 1422억6000만 달러(한화 약 19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이 중 비만 치료제는 같은 기간 연평균 48.4% 성장해 480억 달러(한화 약 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GLP-1 시장은 비만 관련 R&D 파이프라인 증가와 신흥 시장 접근성 개선 등으로 향후 5년간 약 5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8년 예상 시장 규모는 469억9000만 달러(한화 약 64조원)에 이른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떠오르자 후속 약물 개발에 뛰어드는 제약사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라이릴리가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개발해 위고비의 뒤를 잇고 있다.
젭바운드 또한 '마운자로'라는 이름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적응증을 구분하기 위해 지난해 FDA로부터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허가 받았지만 아직 출시 전이다.
젭바운드는 현재까지 유일한 GIP(위 억제 펩타이드)/GLP-1 이중 효능제로, 주 1회 피하 투여하면 된다. 이 약물은 임상에서 72주간 투여한 결과 체중이 최대 22.5% 줄어드는 등 위고비보다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를 보여 빠르게 시장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비만치료제 전체 매출에서 일라이릴리가 차지한 비중은 2.6%였다.
국내에선 한미약품이 GLP-1와 GIP, 그리고 GCG(글루카곤)까지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한 차세대 삼중 작용제 'HM15275'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FDA 승인을 받고 임상 1상에 돌입했다. 내년 임상2상 진입이 목표다.
이 약물은 근 손실, 요요 등 기존 GLP-1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세 가지 약리작용을 적절히 활용하면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비만뿐 아니라 부수적으로 제2형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에 대한 치료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한미약품은 GLP-1과 같은 인크레틴 계열과 전혀 다른 작용 기전으로 체중 감량 시 근육을 증가시키는 '신개념 비만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해당 물질의 타깃 및 비임상 연구 결과는 내달 미국 비만학회에서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체중 감소는 물론 혈당 조절까지 유도하는 비만치료제 'DA-1726'을 개발하고 있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 물질로 GLP-1/GCG 이중기전 치료제다. 글루카곤은 포만감 조절과 함께 에너지 소비 및 지질 대사 조절에 관여한다.
회사는 최근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 파트2 미국 첫 환자 투약을 개시했다. 파트2는 건강한 비만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4주간 DA-1726 또는 위약을 반복 투여하는 시험으로 진행되며, 내년 1분기에 임상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2분기에는 글로벌 임상 1상 파트 3을 계획하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차별화된 기전의 'GI-213'을 개발 중이다. 이 물질은 식욕억제 작용이 아닌 지방분해 촉진과 에너지 소비량 증가, 근육량 증가를 통해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내는 이중융합단백질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물질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황이다.
비만치료제의 투여 편의성을 대폭 개선하는 연구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편의성·지속성을 충족시켜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GLP-1/GIP 이중작용제 'VK2735'를 주사제 버전과 경구용 버전으로 개발하고 있다. 주사제 VK2735는 임상2상 시험에서 13주간 투여 후 체중이 1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경구제는 임상 1상에서 최대 5.3%까지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구제는 주사제와 달리 냉장 유통이 필요 없고, 주사공포증에서 자유로워 복약순응도도 높일 수 있다. 브라이언 리안 바이킹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전문지 인베스터비즈니스데일리 등을 통해 "체중 감량 약물 경쟁에서 경구용 약물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주사로 체중을 감량한 환자들이 유지 수단으로 알약을 복용할 것"이라며 "바이킹 테라는 경구용 및 주사할 수 있는 체중 감량 옵션을 모두 가지고 있어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킹의 주사로 체중 감량을 시작해 경구용 형태의 동일한 약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사 투여 기간을 대폭 늘리는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존 약물은 매일 또는 주 1회 맞아야 하는데, 한 달에 한 번만 맞아도 되도록 개선해 환자들의 투여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 암젠은 비만치료제 '마리타이드'를 월 1회 투여 방식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마리타이드는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GIP 호르몬의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기업 펩트론과 플랫폼 기술평가 계약을 맺었다. 일라이 릴리가 보유하고 있는 펩타이드 약물에 펩트론의 플랫폼을 적용, 공동연구 하는 것이 이 계약의 골자다. 구체적인 연구 물질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등도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을 보유한 이뮤노포지, 인벤티지랩 등과 각각 공동연구계약을 맺고 1회 투여로 약효 지속 기간을 1개월 이상 늘릴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CPHI Worldwide 2024'에서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를 처음 공개해 주목받았다. 이 주사제는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서서히 방출해 한 달 동안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대웅제약계열사 대웅테라퓨틱스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활용해 피부에 붙이는 형태의 패치형 GLP-1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니들은 매우 작은 바늘로 이뤄져 있어 주사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주고 병원 방문 횟수도 줄일 수 있어 환자 편의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전 세계 많은 기업이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에 도전했지만 지금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대원제약도 라파스와 함께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 단계로, 11월 종료가 목표다.
'DW-1022' 또한 세마글루티드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형태의 패치제로 기존의 주사제를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바꾼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치료제가 비만약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요요 등 부작용 문제도 있고 투여 편의 측면에서도 한계가 존재한다. 새로운 기전, 제형 변경 등의 차별화 전략이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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