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연구소 논단 "미세 통화정책 전념은 '사치'"
"중앙은행은 역사의 산물…앞으로도 변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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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조정 등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행을 넘어 역할의 영역을 확장하는 건 세계적 추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각국 중앙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이전에는 구매하지 않았던 자산까지 보유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장기 리스크에 대한 고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가장 대표적인 중장기 리스크인 기후위기의 경우 중앙은행의 분석 대상을 넘어 직접적인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최근 돌봄 업종에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학 지역 할당제 등을 주제로 한 구조개혁 보고서와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는 행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해석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하나금융연구소 논단 '코로나19 이후의 중앙은행의 변화'를 통해 지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조정에만 전념한다는 건 '사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경제의 '대안정기'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조정을 통한 미세 통화정책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그러한 '사치'가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의 원칙을 조금씩 무너뜨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뿐만 아니라 일본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과거에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자산 구매에 나섰다. ETF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대차대조표에 올리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대응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조치였다"며 "중앙은행이 단기국채를 주로 거래하며 간접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한다는 기존의 원칙이 무너졌다"고 언급했다. 한은 역시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서 예외는 아니었으며, 통화정책의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통화정책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이 강화됐고, 이는 한은법 개정을 통해 '금융안정에 유의한다'는 조항이 추가되는 계기가 됐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금융현상이 그러하듯이 중앙은행이야말로 역사의 산물"이라며 "중앙은행은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했다. 인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전통적인 통화정책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실제로 2020년 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의 그해 성장률이 -5%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중앙은행들의 과감한 통화정책과 각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그리고 보건의료 분야의 발전이 결합해 실제 성장률은 -3% 정도를 기록했다. 이는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회복이었으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결국 2021년 후반부터 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불러왔고, 이는 지난 몇 년간 세계경제를 크게 흔든 바 있다.
김 교수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행위도 늘어났으며, 기후위기 등 이전에는 중앙은행이 다루지 않던 주제들에도 점점 접근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Fed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금융안정기후위원회 설치에 나서는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에 나섰다. 그는 "한국은행의 역할이 사회문제 어디까지여야 하는지도 이러한 틀로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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