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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혼다 내구 레이스 직접 뛴 이지홍 사장, “서킷은 가장 좋은 바이크 안전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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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안전 장구를 착용한 혼다코리아 이지홍 사장(맨 오른쪽)이 능숙한 자세로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 카트 경기장의 헤어핀 코너를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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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시선을 끄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헬멧에 레이싱 복장을 완벽히 갖춰 입은 한 선수가 혼다의 입문용 모터사이클 MSX 그롬을 타고 전용 서킷의 코너를 능숙한 자세로 공략하고 있다. 바이크에 로망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장 정도는 남기고 싶은 사진이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이 혼다코리아 이지홍 사장이라는 점이다.

2019년 혼다코리아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지홍 사장은 작년 여름부터 바이크 세계에 입문해 체계적인 전문화 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1년여 만에 인내와 스킬을 필요로 하는 1시간 내구 레이스에 참가했다.

이지홍 사장이 참가한 대회의 공식 명칭은 ‘혼다 MSX 컵(Honda MSX Cup)’ 1시간 내구 레이스다.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 카트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이 레이스는 혼다코리아가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2년째 열고 있는 ‘혼다 원메이커 레이스(Honda One Maker Race)’의 클래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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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의 ‘레인조 아카데미’에서 바이크 기초 교육을 받고 있는 교육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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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아직은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정도다. 몇몇 딜러 사장님들과 번갈아 가면서 1시간을 달렸다. 레이스 참가자들의 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고 말한다. 1시간 내구 레이스는 한 사람이 탈수도 있고, 두 세 사람이 번갈아 탈 수도 있다. 최대 4명이 한 팀을 이룬다.

나이 지긋하신 사장님이 뒤늦게 모터스포츠에 입문해 레이스까지 참여하는 일이 평범하지는 않다. 따로 정리된 기록이 없기는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의 기억 레이더를 더듬어 봐도 딱히 잡히는 인물이 없다.

이지홍 사장이 서킷에까지 오른 과정만 봐도 열정의 덩어리다. 작년 여름에 처음으로 바이크 면허증을 딴 이 사장은 혼다코리아가 경기도 파주에 개설한 안전교육 시설인 ‘레인조 아카데미’에서 4시간 코스를 두 차례 이수했다.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혼다 본사의 바이크 안전 운전 프로그램과도 하루 종일 씨름했다.

‘레인조 아카데미’의 안전 교육 프로그램은 바이크에 관심이 있는 일부 기자들에게도 공개가 된 시설이다.

이 곳에 가면 바이크는 더 이상 ‘동네 형’으로부터 배우는 ‘오토바이’가 아니다. 안전장구를 착용하는 방법부터 코너링까지 체계적이면서도 섬세한 프로그램에 따라 모터사이클과 친숙해진다.

본격적인 승차 프로그램으로 들어가면 바닥에 쓰러진 바이크를 일으켜 세우는 연습부터 한다. 바퀴가 두 개뿐인 바이크는 흔히 쓰러질 수 있다. 이 때 당황하지 않고 제대로 세워야 다시 바퀴가 구른다. 바닥에 쓰러진 바이크는 의외로 무겁다. 가장 적은 힘으로, 가장 안전하게 바이크를 세우는 방법을 배우고 나면 입문용 소형 바이크조차 결코 우습게 보이지 않는다.

바이크가 달리기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접하는 스킬이 코너링이다. 자동차라면 쉽다. 스티어링 휠을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돌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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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스즈카 서킷 안전 운전 강습소에서의 교통경찰 훈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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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입견이 문제다. 바이크도 두 손으로 핸들을 돌리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해도 방향 전환은 이뤄진다. 그러나 이렇게 조작된 바이크는 원심력과 구심력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두 바퀴로 굴려가는 바이크는 중심의 이동과정에서 운전자가 일정 구실을 해줘야 한다. 방향전환의 바른 방법은 고개를 이동 방향으로 돌리는 행동이다. 시선만 돌리는 게 아니다. 목 근육이 뻐근해질 정도로 고개를 확실히 돌리면, 무게 중심이 자연스럽게 전환되면서 이동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바이크가 움직인다.

이런 교육이 혼다 안전운전 아카데미에서 이뤄진다. 습득이 굉장히 까다로운, 고난도의 스킬은 아니다. 다만 네 바퀴로 굴러가는 자동차와 다르다는 깨우침을 이 아카데미에서 터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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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이지홍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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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안전 운전 교육의 역사는 50여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기동성이 필수적인 교통 경찰에 바이크가 집중적으로 지급됐다. 그런데 이상하게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범법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고가 아니었다. 바이크를 다루는 방법이 서툴러서 생기는 사고였다. 바이크가 자동차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바이크 안전 운전법을 가벼이 여긴 결과였다.

대책으로 1970년 ‘혼다 안전 운전 보급 본부’가 설립됐다. 일본 내 자동차 대중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교통 사고가 큰 사회 문제로 다뤄지던 시절이었다. 교통 전쟁이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안전 운전 교육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1971년 3월, 혼다 안전운전 보급 본부는 대대적인 신문광고를 낸다. ‘안전한 차량 제공’ ‘만반의 안전 정비’ ‘안전 운전 보급 활동 추진’이라는 3가지 핵심 주제를 제시하며 사회와의 안전 약속을 공표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립된 프로그램이 바로 ‘혼다 안전 교육’이다. 이지홍 사장이 일본 본사의 안전 교육 센터에서 하루 종일 받았다는 프로그램이 이것이다.

혼다코리아 이지홍 사장이 몸소 바이크를 몰며 서킷 레이싱까지 펼친 이유도 사실은 ‘안전 프로그램’을 체득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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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홍 사장은 “레이싱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경쟁의 상징인 포디엄(시상대)일 수 있다. 그러나 안전 교육 프로그램에서의 레이싱은 ‘경쟁’이 전부가 아니다. 공도에서 더 안전한 운전을 하기 위해 실력을 쌓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지홍 사장이 추천하는 모터사이클 입문 과정도 분명해졌다.

가장 먼저 면허를 따고, 두 번째로 안전교육 센터에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세 번째로 서킷 레이스에 참가하라고 권유한다. 이 3단계의 과정을 거친 뒤 비로소 공도에 나서게 되면 그 누구보다도 안전 운전을 실천하는 바이크족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터사이클 레이서가 되는 전 과정을 몸으로 터득한 이지홍 사장은 올 연말이나 내년초에 개장할 ‘혼다 안전 운전 센터’에 레이스 코스도 추가할 계획을 밝혔다.

이지홍 사장은 “혼다는 모터사이클의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혼다 원메이크 레이스’도 그 중의 하나다. 한 시간 내구 레이스는 인내를 요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레이스에 참가하고 나니 누가 우승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바이크를 더욱 안전하게 탈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이 스스로에게 주는 우승 트로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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