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쏙 취파] 귀에 쏙! 귀로 듣는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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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국방의 야당 반감과 비속어... 군 '정치 중립'에 영향은?
김용현 국방장관이 지난 9월 6일 취임 직후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군의 역할을 강조하는 와중에 비속어를 남발했습니다. 또, "직을 걸고 싸우겠다"라며 야당을 향한 거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몇몇 기자들과 국방부 당국자들은 "장관의 입이 큰일 내겠다"라며 걱정했습니다.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국감에서 김용현 장관은 야당과 심하게 다퉜습니다. 야당 의원들의 고성이 터졌고, 김 장관은 "정치 선동 하지 말라"며 맞섰습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으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김용현 장관의 입에서 비속어까지 나왔습니다.
일반적인 민주주의 문민통제에서, 국방장관은 문민정부를 대리해 군을 지휘합니다. 군의 대표는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입니다. 반면, 한국의 문민통제는 독특합니다. 형식적으로는 국방장관이 문민정부를 대리해 군을 지휘하지만, 내용적으로 들어가 보면 국방장관은 동시에 군을 대표하는 이중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의 대표인 김용현 국방장관이 야당과 벌이는 대립은 군의 정치적 행위로 비칠 수 있습니다. 정치 중립을 신주단지처럼 여겨야 하는 군인들에게 무거운 짐이 됩니다.
2022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집무실 용산 이전을 주도하던 합참 작전본부장 시절, 문재인 정부를 향해 "청와대의 안보 운운, 역겹다"고 했던 발언,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국방부와 몇몇 부대의 연쇄 이동, 대통령 관사 리모델링, 입틀막 경호 등등... 김용현 국방장관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정치적 사건들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야당은 김용현 장관을 정치적 표적으로 삼는 것이고, 김 장관도 이를 감수할 각오가 섰으니 국방장관직을 수락했을 겁니다. 야당의 공격은 김용현 장관이 어떻게든 스스로 흡수하고 군에는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할 텐데,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6일 국방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들이 가장 궁금했던 건 "김용현 장관이 야당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야당이 올바르지 못하면 직을 걸고 싸우겠다"라고 공격적으로 말했습니다. "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대화하겠다" 정도의 답변을 기대했던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이어 김 장관은 군의 대북 억제 역할을 설명하면서 비속어를 거듭 사용했습니다. 대변인이 "비속어는 좀 순화시켜서 보도해달라"라고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했을 정도입니다.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국방부 당국자들은 "불안하다"며 혀를 찼습니다.
지난 9월 26일 김용현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을 방문해 취임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말이 길어지자 김 장관에게 감정이 안 좋은 야당의 일부 의원들이 "짧게 하라"라며 항의했습니다. 김 장관은 개의치 않고 준비한 인사말을 끝까지 읽었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회의장에게만 인사한 뒤 퇴장했습니다. 야당 의원석은 눈길도 안 주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10월 8일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국감에서 김 장관과 야당은 정면충돌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같은 충암고 출신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발언 태도가 화근이었습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의원들 질의를 끊고 답변을 이어가자 야당 의원들이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김용현 장관은 "군복 입고 할 얘기 못 하면 더 '병X'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비속어를 섞어 말했습니다. 야당 의원이 김 장관과 여 사령관을 전두환, 차지철에 비유하자 김 장관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맞받았습니다.
군에서 큰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방장관은 군을 꾸짖고, 합참의장이나 참모총장은 사과하는 것이 민주주의 문민통제의 정상적 양태입니다. 국방장관은 문민정부를 대리해 군을 지휘하는 직위여서 군이 잘못했을 때 문민정부를 대신해 군을 혼내는 겁니다. 사과는 군복 입은 합참의장, 참모총장, 사령관들의 몫입니다.
한국은 다릅니다. 국방장관은 문민정부를 대리하기보다 군을 대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군에서 큰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방장관이 사과합니다. 이어 국방부 감사관실과 검찰단에서 감사하고 수사합니다. 국방장관이 사과하고 국방부가 조사하니까 언제나 <셀프 조사>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민주주의 문민통제의 한국적 특수성입니다.
국방장관이 군을 대표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국방장관은 각별히 정치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국방장관의 언행이 정치적이면 군이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자동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김용현 장관의 정치적 언행도 우리 군의 정치화와 등치됩니다. 군이 정치에 엮이면 군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군은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군부독재 흑역사의 기억이 선명한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김 장관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군이 정치권과 싸울 수는 있습니다. 다만, 까다로운 조건이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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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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