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5 (화)

도심 곳곳 맨발걷기 성지… 닿을수록 건강 ‘힐링 용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용인시 ‘이색 어싱길’ 주목

근린공원·체육시설 이어 야산 중턱에

마사토·자갈 등 채운 건강길 잇단 조성

2024년 29억 투입… 관내 24곳서 체험 가능

“산책로 옆 자연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

#1. 늦더위가 한풀 꺾인 가을바람에 온몸을 맡겼다. 600m 넘는 완만한 산길을 오르자 모습을 드러낸 맨발 산책길은 감촉부터 남달랐다. 마사토와 자갈이 번갈아 발바닥을 자극하자 달아오른 혈관 속 피가 몸 곳곳에 이르렀다. 널찍한 산책로 옆 나무와 풀이 싱그러움을 더하면서, 신발을 벗어 던진 용기를 후회하지 않게 됐다. 2600여m 맨발길이 끝을 보일 무렵 ‘맨발 걷기가 나를 살렸다’는 어느 어싱족(族)의 고백이 떠올랐다.

경기 용인특례시가 4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9월 완공한 ‘법화산 맨발 산책로’(기흥구 마북동 산1-1번지)는 이처럼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시는 산책로 초입 칼빈대와 주차장·세족시설을 공유하는 협약을 맺어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여정을 함께한 용인시 오경훈 팀장은 “맨발로 땅을 밟고 걸으며 자연을 체험하는 치유형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해 9월 용인시 기흥구 중동 한숲근린공원 어싱길 개장식 후 시민들과 맨발로 걷고 있다. 용인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 “300m 길이 도심 황톳길은 기존 공원시설을 활용해 최대의 만족감을 주도록 설계됐습니다.”

용인시 서부공원관리과 관계자는 ‘수지체육공원 맨발길’(수지구 풍덕천동 36번지)을 가리키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지역의 황토를 인위적으로 퍼오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흙과 수목을 살려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접근성이 좋아 평일 오후임에도 50명 넘는 시민이 산등성이의 황톳길을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딱딱하게 굳은 이곳 맨발길은 발바닥을 끊임없이 자극해 감칠맛을 냈다. 시민 황모(63)씨는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순환로여서 재미를 더한다”며 “건강 유지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세계일보

법화산 산책로. 미사토, 2.6k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심 곳곳 황톳길·마사토길… “건강에 도움”

‘힐링 도시’를 표방한 용인시가 시민 건강을 위해 본격적인 맨발길 조성에 뛰어들었다. 14일 시에 따르면 맨발길 조성에는 올해에만 29억원(국·도비 제외)의 예산이 투입됐다. 무려 14곳의 맨발길을 새롭게 선보이거나 막바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렇게 조성(예정)된 관내 맨발 산책로는 모두 24곳에 달한다.

맨발길은 ‘어싱’(earthing·접지)길로 불린다. 어싱은 지구 표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치유법의 하나다. 맨발로 걸으며 발을 자극하고 혈액순환을 끌어올려 신경 말단을 자극하는 행위다. 어싱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전국에 맨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시는 이런 어싱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심 근린공원과 체육시설 외에 야산 중턱까지 곳곳에 접근성과 편의성을 두루 갖춘 맨발길을 속속 개장하고 있다. 지자체의 맨발 걷기 열풍을 주도한 셈이다.

처인구에는 △갈담생태숲 △용인숲속피톤치드길 △용인중앙공원 △행정타운맨발걷기숲 등 8곳에 어싱길이 조성됐다. 모현읍 갈담리 582-8 일원 국공유지를 활용한 갈담생태숲 조성사업에선 1700m 길이의 맨발길이 들어섰다. 22억원(국비 11억원·도비 4억원·시비 7억원)을 들여 맨발길 외에 숲속 쉼터와 야생화 언덕까지 갖추며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모현읍 왕산리 산93 일원 편백숲에 마사토를 1000m가량 채운 용인숲속피톤치드길은 올해 6월 완공됐다.

세계일보

수지체육공원. 흙길, 0.2k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속 맨발 등산로 인기… 세족시설 등 갖춰

이웃 기흥구에선 △상갈근린공원 △서천택지지구근린공원 △영덕레스피아 △중동 경관녹지 △한숲근린공원 △만골근린공원 △동진원2근린공원 등 9곳에 맨발길이 들어섰다. 상갈·서천근린공원에는 마사토 흙길 외에 황토체험장, 세족장 등이 만들어졌다. 영덕동 1003번지 영덕레스피아 일대에는 3억원을 들여 친환경 황토 포장을 하고 편의시설을 갖췄다. 이곳은 하수처리시설 상부에 조성된 길이 162m, 폭 1.2m의 길로, 황토가루와 사출 황토가 활용됐다.

아파트가 밀집한 중동 1101-2 일원 경관녹지에도 2억5000만원을 들여 자연친화적 황토 맨발길을 조성했다. 중동 862번지 한숲근린공원 맨발길의 경우 불과 600m 구간에서 황토·마사토·모래 맨발길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시는 1억원을 들여 기존 황토 산책로를 정비했고, 산책로를 따라 맥문동 3560본을 심어 싱그러움을 더했다. 신갈동 만골근린공원에는 4억원을 투입해 맨발 산책로 150m를 만들었는데 도심 황토체험장과 세족장 등이 부대시설로 들어섰다.

세계일보

용인숲속피톤치드길. 마사토, 편백숲, 1k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지구에는 △고기근린공원 △수지체육공원 △동천체육공원 △소실봉근린공원 등 7곳에 맨발길이 조성됐다. 고기근린공원에는 2억원을 투입해 마사토로 포장한 맨발 산책로를 만들고 수지·동천체육공원, 소실봉근린공원에는 기존 공원 산책로에 흙을 복토해 휴게시설을 마련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도심 곳곳에 맨발 걷기 공간을 확충해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올바른 맨발길 이용 방법을 알리는 데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용인=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