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전장 게임체인저 무인수상정
인명 피해 없이 해양안전·전력 강화
최근엔 통신 주고 받으며 역할 수행
美·이스라엘 등 각국 개발에 힘 쏟아
러·우크라戰서 위력 뚜렷하게 드러나
자폭 무인 보트로 러 함대 잇단 파괴
저렴한 제작비 ·단기간 대량 건조 강점
한국도 ‘네이비 시 고스트’ 사업 추진
다양한 테스트 진행하며 기술 고도화
저궤도 통신위성 추가 등 새 성과 기대
지난 7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앞바다에서 무인수상정들이 한데 모여 항해하고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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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에 따르면 무인수상정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수집한 정보를 융합, 적군의 의도를 추론하고 전장을 인식한다. 실제사격은 인간이 확인 후 이뤄진다. 시연을 총괄한 서주노 ADD 수석연구원은 “한 척이 아니라 여러 척의 무인수상정이 AI 기술에 기반해 협동 방어 임무 수행을 시연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지상전이나 공중전과 달리 해전은 작은 군함이 큰 함정을 침몰시킬 수 있다. 근대적 개념의 해전이 시작된 이후 작은 고속정에 탑재된 어뢰가 대형 함정이나 상선을 격침하는 사건이 있었다. 1967년엔 이집트 소형 고속정이 쏜 스틱스 대함미사일에 1700t짜리 이스라엘 구축함 에일라트함이 격침되는 ‘에일라트 쇼크’가 발생했다. 무인수상정(USV)은 해전의 개념을 세 번째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약소국가라도 무인수상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전쟁의 국면을 바꿀 수 있다. 해전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자율운항·원격제어 등 기술 중요
무인수상정은 승무원이 없어도 원격제어 또는 자율항해 기술을 통해 위험한 바다에서 인간이 직접 해야 할 일들을 대신한다. 국방 분야에선 정찰, 해안 및 항만 경비, 기뢰 제거, 잠수함 수색, 함정 공격 등의 임무를 수행할 잠재력을 지닌다. 군은 무인수상정을 활용함으로써 해양 안전을 강화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인명 피해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무인수상정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다.
부산 벡스코에서 지난해 6월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해검 무인수상정이 LIG 넥스원 부스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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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수상정을 만들려면 자율운항 및 원격제어 기술이 필수다. 먼 거리에서 장애물을 인식하고 회피하는 기술도 갖춰야 한다. 이는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은 무인수상정이 항해 중에 만나는 파도 등의 장애물을 피할 능력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거리에 관계없이 통신을 주고받는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기존에는 해안과 가까운 해역에서 무인수상정이 활동했지만, 최근에는 영해를 벗어난 공해상에서 오랜 기간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먼 곳에서 장기간 작전을 진행하려면 실시간 통신을 이용한 원격통제가 필수다. 이를 위해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타링크와 같은 저궤도 통신위성 체계를 이용해서 무인수상정을 통제한다.
◆무인수상정으로 러시아 몰아낸 우크라이나
무인수상정의 위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쟁 전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는 발트·태평양 함대에서 함정을 지원받아 우크라이나 해군을 압도하는 전력을 확보한 상태였다. 빈약한 해군력을 지닌 우크라이나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바다에서 교전 자체가 불가능한 국면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무인수상정을 앞세우면서 흑해의 판도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영국 안보 관련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흑해는 ‘러시아의 호수’나 다름없었다.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들은 전쟁 발발 며칠 만에 격침 또는 자폭했다. 2022년 4월 우크라이나군이 넵튠 대함미사일을 해안에서 발사해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을 격침했으나, 바다에서의 상황을 역전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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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무인수상정에 주목했다. 전반적인 형태는 소형 무인 자폭 보트다. 카메라와 위성통신 장치를 장착하고 선수에는 탄두를 탑재했다. 차고나 소규모 산업 시설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여기에 스타링크 체계를 추가해 원격통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무인수상정을 100대 이상 건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봄부터 무인수상정으로 러시아 흑해함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세바스토폴과 크름대교 등 우크라이나 서부 해안과 인접한 크름반도 일대와 흑해 동부 항구인 노보로시스크 등에도 무인수상정 공격이 이뤄졌다. 러시아 흑해함대 상륙함과 미사일 코르벳함, 순찰선, 기뢰제거함, 소형 보트 등이 잇따라 파괴됐다.
결국 흑해함대는 크름반도의 세바스토폴에서 노보로시스크로 함대 주력을 이동시켰으며, 해상 순찰도 축소했다. 흑해를 통해 시리아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경로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오데사에서 흑해 서부 해역을 거쳐 지중해로 나아가는 항로를 열었고, 곡물 수출과 전쟁물자 반입을 지속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운용하는 무인수상정은 크기가 작고 지원체계 소요도 많지 않다. 해안에 숨겨둘 만한 장소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체 방어체계는 없지만 빠른 속도와 작은 크기 덕분에 러시아군의 방어체계 돌파가 용이하다. 자폭 용도로 만들었으므로 기지로 복귀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는 공격 범위를 두 배로 늘리는 효과가 있다. 제작비가 저렴하고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도 짧아서 단기간 내 대량 건조가 가능하다.
반면 러시아 흑해함대는 전통적 개념의 전투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승무원이 탑승하는 전투함은 작전 직후 기지로 돌아가야 한다. 전투함이 입항할 해군기지와 항구의 위치, 기반시설 및 방어태세 수준 등의 정보는 이미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무인수상정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크라이나는 기존 기술들을 조합해서 만든 저가 무인수상정에 스타링크를 결합,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표적도 타격이 가능해졌다. 서방의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 해군이 흑해 서부 해안을 순찰하고 해상에서의 특수작전도 감행할 수 있게 됐지만, 무인수상정의 작전 범위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따라서 무인수상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전력으로 운용될 전망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들이 7월1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항해 중인 천자봉함에서 미 텍스트론사 무인수상정에 2.75인치 유도로켓 모듈을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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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본격적인 무인 시대 준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수상정의 가치가 주목을 받는 것과 맞물려 국내에서도 ‘해군 드론 전쟁’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10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앞바다에선 무인수상정 10척을 군집운용하는 방식으로 적군의 해상 침투를 저지하는 시연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지스함을 비롯한 대형함정을 꾸준히 만들어왔던 해군은 무인 체계를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네이비 시 고스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LIG넥스원이 선정됐다.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 사업은 12m급 무인수상정 2척을 2027년까지 업체 주관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사업비는 381억원으로 수중탐색용 예인음탐기와 수상탐색용 레이더, 광학·적외선(EO/IR) 카메라, 기관총을 탑재한다.
LIG넥스원은 2015년부터 무인수상정 ‘해검’ 시리즈를 개발해 왔다. 자율운항이 가능하고 감시정찰과 무장, 유·무인 복합 기능 등이 강화됐다. 해검-2는 수상·수중 정찰용으로서 기뢰나 잠수함을 포착하는 능력을 갖췄다. 해검-3은 연안경계 및 신속대응 무인경비정으로 12.7㎜ 중기관총과 2.75인치 유도로켓(비궁) 발사대를 탑재하며, 캐니스터 발사용 자폭 드론도 탑재할 수 있다. 해검-5는 함정에 탑재할 수 있는 무인수상정이다. 의심스러운 표적이 모함 주변에서 나타나면, 무인수상정이 모함에서 분리되어 근거리에서 표적을 식별·대응할 수 있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열린 림팩(RIMPAC) 훈련에선 미국산 무인수상정에 LIG가 만든 비궁 발사대를 장착, 시험발사를 진행해 6발 모두 명중시켰다.
한화시스템도 2015년 ADD가 무인수상정 성능검증을 위해 진행한 선도형 핵심기술과제를 통해 선체 제작과 자율운항 기술 개발 및 검증을 마쳤다. 같은 해에는 복합임무 무인수상정(M-서처)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해양경찰이 주관하는 12m급 수색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Sea GHOST)’ 개발을 완료했다.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갖춰 저속에서는 전기, 고속에서는 디젤로 운항한다. 파도의 방향과 높이, 주기 등을 계산해 최적의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 파고 측정 레이더를 장착했다. 자율운항 및 충돌회피 기술과 AI 기반 표적·장애물 탐지 능력도 갖췄다. 출동 또는 복귀 시에는 무인 자율 이·접안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항만을 드나들 수 있다. 해령이 음파탐지기 탑재 무인잠수정 4대를 군집운용해 수중 상황을 확인하면 구조사가 인명구조 등을 실시한다.
무인수상정을 둘러싼 국내 방위산업계의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해군은 조만간 공격형 무인수상정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도 함대에 접근하는 드론에 전파방해를 실시하는 드론 재머 무인수상정, 소형 드론 탑재 무인수상정 등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장비와 기능을 갖춘 무인수상정들이 모이면, 인간이 없어도 해전이 가능한 ‘유령함대’를 구성할 수 있다.
저궤도 통신위성까지 추가되면 작전 반경은 더욱 확대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산 무인수상정은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다”며 “해군이 추진 중인 ‘네이비 시 고스트’에 기여하는 한편 해외 수출을 통해서 더 많은 국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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