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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사흘뒤 ‘재판관 6명’ 헌재, 마비사태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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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의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오는 17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재판관 9명 중 3명이 임기 만료로 동시 퇴임해 헌재 마비 사태가 초래되는 걸 막은 것이다. 후임 재판관을 선출해야 할 국회에서 여야가 추천 몫을 다투느라 후보자조차 지명하지 않으며 책임을 방기하자 헌재 스스로 모법 조항을 중단하는 비상 조치를 취한 셈이다.

14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돼 있는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직무가 정지된 상태로 지난달부터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재판관 퇴임으로 심판절차가 멈추고 직무정지가 무기한으로 늘어질 위기에 놓이자 지난 10일 헌법소원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재는 “3명의 재판관이 임기만료로 퇴직해 재판관의 공석 사태가 되면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면 이는 사실상 재판 외의 사유로 재판절차를 정지시키는 것이고, 피청구인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또 직무정지 사태가 장기화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업무수행에도 중대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가 재판관 후보 지명 않자…헌재, 스스로 해결 비상조치



중앙일보

이진숙


이번 인용 결정으로 헌법재판소는 17일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한 후에도 이 위원장 탄핵심판은 물론 다른 모든 사건도 정상 심리할 수 있게 됐다.

헌재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 그 후 본안심판에서 청구가 인용되더라도 신속히 재판받을 권리 등 기본권이 이미 침해된 후이므로 이를 회복하기 힘들고 이는 전원재판부에 계속 중인 다른 사건들도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되면) 재판관 궐위로 인한 불이익을 그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국민이 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는 아직 후임 재판관 후보자를 단 한 명도 지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명 이후에도 인사청문회 통과 등 절차를 밟는 데 통상 한 달 이상 걸린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임기 만료로 인한 퇴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임에도 재판관 공석의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주관적 권리보호 측면에서뿐 아니라 헌법재판의 객관적 성격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존엄사 등 헌법소원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국회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식물 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며 “법률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지만, 헌재로선 현실적인 판로를 연 셈”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파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퇴임을 앞둔 재판관들도 합심해 해결하고 나가려는 것은 과감하고 멋진 결정”이라고 평했다.

이날로 효력이 정지된 ‘7명 이상 출석’ 조항은 심리정족수에 대한 것으로, 법률의 위헌 결정이나 탄핵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재판관 6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들이 퇴임한 후 공석 사태가 길어진다면 나머지 6명의 재판관이 만장일치를 이뤄야만 결정이 가능하다. 또 이날 결정은 가처분으로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최종 결정은 아니다. 조항의 효력은 이 위원장이 낸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정지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짧막한 논평을 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헌재의 이날 결정을 환영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헌법재판관 추천 지연 전략이 무산됐고, 남아 있는 재판관들로도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리가 가능해졌다”며 “헌재가 부당한 탄핵 시도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결론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아쉬운 결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헌재 스스로 입법 행위에 준하는 결정을 했다는 점, 국감 뒤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등 추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다는 점 등에서 아쉽다”며 “향후 헌재의 심리가 현행 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이진숙 위원장에 대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현경·김정연·강보현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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