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대응책 고심… “뾰족한 방법 없어”
중국 해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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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광범위한 첩보 활동을 전 세계 곳곳에서 펼치고 있어 서방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보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심지어 민간인 개인까지 동원하고 있는데,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는 조치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최근 세계 각국에서 적발된 중국의 첩보 공작 사례를 종합해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 스파이’의 활동에 긴장하지 않는 서방 정보 기관은 거의 없으며, 뾰족한 대응책도 없어 고심하고 있다는 게 신문의 진단이다.
WSJ에 따르면 각국을 상대로 한 중국의 ‘첩보전’ 규모는 경쟁자를 찾기 힘들 정도다. 예컨대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루마니아 등의 네트워크에 침입한 중국 해커들을 적발했는데, 이들이 침투한 감시 카메라나 라우터 등 장비는 무려 26만 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당국도 올해 초 중국과 연결된 해커들이 영국인 4,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담은 유권자 명부에 접속한 사실을 포착했다. 외국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했다고 볼 법한 대목이다. 실제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중국 해커 집단의 구체적인 ‘정치 활동’ 흔적도 발견됐다. 또 독일과 영국에선 수출 제한 품목인 레이저 기기를 중국으로 몰래 발송하고, 해외 거주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던 중국 공작원 7명이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중국이 이처럼 대규모 첩보 활동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이유는 역시 타국에 비해 압도적인 인력·자원에 있다. WSJ는 “FBI는 중국이 지원하는 해커의 수가 FBI의 모든 사이버 인력보다도 최소 50배나 많다고 본다”고 전했다. 유럽의 한 정보기관은 중국의 첩보·안보 관련 요원이 60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올해 초 “중국의 해킹 프로그램은 다른 모든 주요국의 해킹 프로그램을 합친 것보다도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첩보 역량 강화는 시 주석 집권 이후부터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많다. 시 주석이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자, 중국 정부가 정보기관 능력을 냉전 시절 옛 소련 이상으로 키우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영국 해외정보국(MI6)의 정보책임자를 지낸 나이절 잉크스터는 “결국에는 (시진핑) 정권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짚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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