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위원회가 14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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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는 ‘국가간 번영에 있어 사회 제도의 중요성’을 연구한 다론 아제모을루(57) MIT 경제학과 교수, 사이먼 존슨(61)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제임스 로빈슨(64)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 등 3인에게 돌아갔다.
특히 아제모을루와 로빈스 교수는 국내에선 2012년 국가 성장과 관련한 역사적 사례를 분석한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해 이들에게 노벨 경제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가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면서 “수상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동으로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 정책 차이가 아프리카 등 국가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분석했다. 노벨위원회는 “포용적 제도는 모든 사람에게 장기적인 이익을 창출하지만, 착취적인 제도는 권력자들에게 단기적인 이익을 제공한다”면서 “정치 시스템이 권력자들의 통제권을 보장하는 한, 미래 개혁에 대한 약속을 신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세 교수는 이 때문에 사회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아제모을루 교수는 수상 발표 이후 노벨위원회 및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연구는 민주주의가 경제 발전에 이롭다는 관점을 제기한다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한 연구가 민주주의를 옹호한다고 광범위하게 말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민주주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를 국가에 도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민주주의 체제가 아닌 국가가 경제 발전을 이뤄내는 경로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제모을루 교수는 정치ㆍ사회적 제도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이름이 높다. 1993년부터 MIT에서 교수직을 맡아온 튀르키예 출신 미국 경제학자다. MIT 교수 중 연구 실적이 뛰어난 10명 내외에게 주어지는 인스티튜트 교수 자격을 갖고 있다.
존슨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재직 경험이 있고, 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가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미국 금융의 역사를 민주주의와 거대 금융 간의 대결이라는 관점으로 분석한 『위험한 은행』을 출간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로빈슨 교수는 민주주의와 독재 체제의 경제적 성과 차이를 분석했다. 그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경제와 정치 간 관계를 탐구하는데, 국가 발전과 불평등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빈슨 교수는 아제모을루 교수와 공동으로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로 ‘제도’에 주목했다. 이들은 경제제도를 크게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로 분류하고,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나라에서 경제 성장과 국가 번영이 이뤄진다고 봤다. 포용적 제도로는 사유재산제도와 민주주의 등을 거론하고, 착취적 제도는 독재 등을 꼽았다.
책에선 한국과 북한의 위성사진을 보여주며, 대조적인 예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같은 민족ㆍ문화ㆍ지리적 조건을 가진 남ㆍ북한이 서로 다른 제도를 채택해 발전 경로가 크게 갈라졌다고 분석이다.이들은 남ㆍ북한에 대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제도적 차이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부국과 빈국으로 나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의 모든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남한은 포용적 경제적 제도, 북한은 착취적 제도를 가졌기에 결과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개발협력소장은 “아제모을루 교수는 국가가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제도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정부 권력 주도의 경제발전과 국민 주도의 경제발전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인데, 한국은 미국ㆍ영국과 함께 이 균형을 잘 맞춘 나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다른 5개 부문에 더해 1969년부터 수여되기 시작한 노벨 경제학상의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이다.
이날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며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공개됐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ㆍ물리ㆍ화학ㆍ문학ㆍ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수상자는 금메달과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000만원)를 받는다.
곽재민ㆍ임성빈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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