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건희 라인 존재하면 안 돼"
친윤계 "인적쇄신, 대표실이 우선"
재보선 이후 여권 내 권력 투쟁 비화 우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거듭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라인' 정리를 요구했다. 사진은 한 대표가 12일 부산 금정구 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을 출발해 온천장역까지 약 4시간 동안 도보로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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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거듭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라인' 정리를 요구했다.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한 대표가 김 여사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간 계파 갈등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선거 이후에도 당내 계파 갈등으로 인한 내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김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한 대표는 14일 그 기조를 유지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는 국정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필요성을 언급한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실 내 김 여사와 가깝다고 지목된 인사들을 정리할 것을 요구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앞서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의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촉구했다.
친한계를 중심으로 김 여사 라인 정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친한계에서는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을 7명 안팎으로 추리고 있다. 이들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돕거나 수행했던 인사들 가운데 현재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으로 기용된 인사들이다. 친한계는 이들이 김 여사 주변에서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며 정책이나 인사 등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지호 전략부총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남동 라인'은 비서관, 행정관 등 다 직책이 있다. 그 직책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저희들이 지목한 것"이라며 "주로 그분들이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부적절한 정치행위를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부총장은 일례로 "총선이 끝나고 대통령실 비서실 개편 문제가 나왔을 때, 어느 날 새벽 느닷없이 양정철 비서실장, 박영선 국무총리 (설이) 일부 언론에 단독 보도를 달고 나왔다"며 "당시 인사위원장인 이관섭 비서실장이 출근하자마자 대변인실 알림 공지를 통해서 '근거 없는 기사고 사실상 오보'라고 공지했는데, 일부 참모들은 '이 실장이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그 얘기(보도)가 맞다'는 식으로 기자들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이 대통령실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 한 사례라고 보여지는데,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내부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에서 내부 조사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맞다. 그런데 오히려 이 비서실장은 그만두고 나갔고, 언론플레이를 했던 참모들은 버젓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이런 것들이 문제가 아니겠냐"고 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제2부속실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가 여사의 일을 도와주고 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이 있다"며 "용산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 의혹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이분들이 정확히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든지, 여사 라인은 없다고 정리를 해주든지, 아니면 그분들에 대해 인사조치를 하든지 용산에서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한 대표가 김 여사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간 계파 갈등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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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권 심판론'이 부상하면서 보수 강세 지역인 부산 금정구까지 국민의힘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야권에서 계속해 정권 심판론을 주장하며 강하게 선거 공세를 펼치는 와중에 당이 이를 외면한 채 선거 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국민적 여론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여당 대표는 국민의 마음을 달래가면서 용산과 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물밑으로 하라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도 "김 여사에 대해 민심이 안 좋은데 우리 당이 '문제 없다'는 식으로 비호해 우리 후보의 표를 깎아 먹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윤계는 한 대표 측의 공개 비판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한 대표에게 '도곡동 7인회'부터 쇄신하라고 반격했다.
친윤계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대표와 측근들이 한마디씩 툭툭 내뱉으면 언론은 이를 빌미로 기사화하고 있다"며 "이것은 정치인가 아니면 평론인가.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총선백서조차 못 내놓고 있으면서, 이처럼 평론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 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의 뻔한 수작에 당하면서도 '난 달라' 고매한 척하고 있으니 측은한 심정"이라며 "'도곡동 7인회' 같은 참모진이 모은 의견이 겨우 그 정도라면 인적 쇄신은 대표실이 우선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서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와 관련해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며 "지금 (한 대표가) 말씀하는 건 용산 대통령실의 인사 문제다. 이런 내용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 결국 대통령실이 인사를 잘못했다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김 최고위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선 "불과 얼마 전 보수 진영이 분열해서 결국은 탄핵 사태까지 가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아픔으로 남아있다"며 "우리 보수 진영 사람들에게 지금도 분열이 시작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고 있다. 보수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재보궐 선거 결과는 수면 위로 떠오른 여권 내부 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친한계와 친윤계는 각 '정부 책임론'과 '한동훈 책임론'을 주장하며 패배 책임을 서로에게 돌릴 것이기 때문에 권력 투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금정구에서 진다는 건 (국민의힘에) 굉장히 큰 타격이다"라며 "상대방을 탓하고 권력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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