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향해 "휴학사유 뭐든 개인 자유 억압할 권한이 정부에 있나"
"'미복귀 시 유급·제적' 등 미봉책 불과…25년도 수업정상화案 내놔라"
서울대교수회·노조, 총장에 보낸 공문 통해 "대학본부, 의대 결정 존중해야"
최근 서울대 의대가 소속 의대생 약 780명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하자 교육부는 지난 2일 서울대에 직원 12명을 투입해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모습. 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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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학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일괄 승인한 서울대 의대를 대상으로 고강도 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서울의대 교수들은 정부를 향해 "학생들의 인권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8개월째에 접어든 의·정 사태를 풀 대안을 함께 논의해 보자며 대통령실 및 보건복지부와 최근 토론회를 열기도 했지만,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정부와 계속 대립하는 모양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올해 초 제출된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10월인 지금까지도 승인하지 않는 직무유기를 각 대학에 강요해 왔다"며 "휴학의 사유가 어떠하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권한이 과연 정부에게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여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라"며 "공익에 반(反)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의료계와의 2020년 9·4 합의를 파기한 정부"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가 지난 6일 발표한 '의대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도 겨냥했다. 해당 대책은 의대생들이 기존에 신청한 휴학을 '내년도 복귀' 전제로 승인해주는 대신 이때까지 돌아오지 않을 경우, 유급·제적 처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의대생 대부분이 의대 증원 반대를 이유로 수업을 거부해온 상황에서 '집단유급'과 그에 따른 의사 배출 중단이 예상되자 교육당국이 내놓은 일종의 고육책이다.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이를 두고 "학생들에게 2025년 복귀를 약속하도록 강요하며 이미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을 유급·제적시키겠다고 협박한 부당한 학칙 개정을 요구한다"며 "교육부는 헌법 제31조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또 고등교육법 제34조의 5(대학입학 전형계획의 공표)에서 입학시기 2년 6개월 전까지 입학전형에 관한 기본사항을 수립·공표토록 한 점을 언급하며 "2025년 의대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년도 개학 5개월 전인 이제라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 의대 교수들은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미복귀 시 유급·제적', '2학기 초과 휴학 불허' 등의 방침은 사태 해결과 동떨어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대 교육의 질을 보장하고 교육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교육부의 '대승적 조치'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학생들의 휴학은 조건 없이 승인되고 의대 교육은 정상화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지속하고 수련을 원하는 전공의들을 교육할 것이며 남아있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수호할 것이나, 제대로 된 학생 교육을 할 수 없는 것이 자명해진다면 다른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서울대학교 교수회와 서울대 교수노동조합도 교육부가 이번 휴학 승인의 주체인 의대는 물론, 대학본부에 대해서까지 기간을 연장해가며 무리한 '표적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수회와 노조는 이날 유홍림 총장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교육부 감사와 관련, "학생들의 학습권을 억압하고 학사행정의 원칙과 자율성을 훼손함은 물론, 대학이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감사를 포함한 행정력으로 강제하겠다는 대단히 부적절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와 국민이 요구하는 서울대의 소명 완수를 위해 우리 대학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압력에 원칙을 지키며 당당히 대응해 대학 행정의 일관성을 견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본부를 향해서는 "의대의 (휴학 승인) 결정을 존중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정부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의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정경실(왼쪽부터)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장, 하은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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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현재의 의대생 휴학이 '개인적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합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일종의 집단행동인 '동맹휴학'을 대학 측이 승인하도록 허용할 순 없다는 논리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10일 서울의대 교수비대위가 주최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 패널로 참석해 "일부 학생들이 '휴학은 권리'라고 하는데, 휴학은 권리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당시 그는 "어느 순간 정부 정책에 반발해 일시에 모든 학생이 승인 불가능한 휴학을 내는 건 개인적인 사유라 보기 어렵다. 학교는 교육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비대위원장은 "(고등학교로 치면) 봄·여름에 못 다녔는데 10~11월에 (학기를) 시작해 그 학년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반박하며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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