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격 거세, 여유 부릴 때 아냐
한국경제인협회가 역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들을 초청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마련한 특별대담이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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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을 책임졌던 역대 장관들이 세계 1위 자리를 위협받는 반도체 산업에 정부가 보조금 등 실질적이며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들을 초청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과제를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7일 한경협은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국가가 직접 수십조원 보조금을 투입하는데 우린 단 1원도 직접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그 연장선이다.
현행 세액공제 방식의 간접 지원을 보조금이나 환급과 같이 반도체 기업이 체감하는 직접 지원으로 전환하자는 게 재계 요구다. 직접 환급은 적자로 납부할 세금이 없으면 공제액을 현금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로, 기업으로선 시설투자와 기술개발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다.
한국은 세계 최대·최고 기술의 메모리반도체 생산국 타이틀마저 위협받고 있다. 반도체 생산능력은 중국과 대만에 뒤처지고, 인공지능(AI) 첨단반도체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도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고성능 D램 기술이 적층형 3차원 구조로 전환하면서 향후 5년 내 우리의 기술경쟁력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의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위기의 실상을 보여준 것이 삼성전자의 3·4분기 어닝쇼크였다.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지탱하는 삼성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강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우려가 아닌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위협 중 하나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범용 메모리 물량 공세다. 중국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내년이면 삼성전자의 웨이퍼 생산능력(12인치 기준 월 68만장)의 절반 수준까지 따라잡고,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과 맞먹는다고 한다. 범용 D램을 대량생산해 1년 안에 세계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할 것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술보다 한참 아래인 구형 메모리라 해도 거대 내수시장이 받쳐주고, 정부가 주는 수십조원의 직접 보조금으로 덩치를 키우고 물량을 쏟아내면 이겨낼 상대가 없을 것이다. 따라잡히는 건 한순간이다. 게다가 CXMT는 AI용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도 이미 양산 중이고, 중국 최대 화웨이의 AI반도체에 탑재된다고 한다. 5세대 HBM을 양산하는 SK하이닉스보다는 기술이 떨어지지만, 추격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이 중국 HBM까지 제재하려는 이유다.
반도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윤호 전 산업부 장관은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이 아니다. 국가안보와 밀접하다"고 말했다. 성윤모 전 장관은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전폭적이고 신속한 지원을, 이창양 전 장관은 반도체산업 인프라와 인력 확보에 정부의 더 많은 역할을 주문했다.
윤상직 전 장관은 "특별법을 제정해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송전망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모두 허투루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정부 예산 지원이든 규제완화든 늦을수록 투입 대비 효과는 떨어진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와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의 정책은 현장에서 이행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국회는 K칩스법(반도체산업 세액공제율 상향) 개정, 반도체특별법(직접보조금 지급) 제정 등 관련 법률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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