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증폭 北 노림수는… 전문가 진단
“최고 존엄 있는 공간 노출돼 강경 반응
北 주민 설득·南과 단절에 명분용 활용”
평양에 들어온 무인기에 대해 북한은 실질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남한과의 단절에 명분을 싣는 용도로도 활용하는 모습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4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뚫었고, 북한은 이를 확보하지도 못하고 사진만 찍고 만 것”이라며 “최고 존엄이 있는 공간이 사실상 무력하게 노출됐다는 점에서 군·지도부 차원에서는 이런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한 일종의 경고를 지속적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두 국가론’을 선택한 지도부 판단이 합리적인 것이었음을 주민들에게 설득하는 소재로 무인기를 강하게 활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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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은 정보 통제에 매우 민감하다”며 “기존의 대북 전단이 바람에 의존하는 등 도착 성공률이 지극히 낮았다면 무인기가 등장해 앞으로 훨씬 정확한 살포가 이뤄진다든가 하는 상황은 북한 입장에서 ‘통제 불가’로 가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방지하려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내부적으로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 결속력을 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이며, 북한의 이 같은 거친 반응은 그 이상으로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 획득’을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홍 실장은 “만약 무인기가 간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 입장에서는 여기서 유야무야 넘어갔을 경우 비례적 대응 구도에서 한국에게 주도권을 뺏기는 상황이 된다”며 “대북 전단-쓰레기 풍선, 대북 확성기 방송-대남 소음 방송 등 비례적으로 대응하며 한국에 책임이 있다고 귀결시켜온 대칭적 구도가 남측에서 넘어온 무인기에 북한이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해도 된다’고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엄청난 일”인 탓에 북한의 강한 반응이 뒤따르고, 이에 한국 정부도 강경 대응하면서 긴장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른 돌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북한이 확전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양 연구위원은 “무인기로 일어날 충돌이라면 이미 무인기 없이도 났을 일”이라면서도 “다만 북한에게 굉장히 긴장을 조성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보다 차분하고 성숙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홍 실장은 “북한이 무인기에 상응해서 무인기를 보내든 더 강한 군사적 수단을 써야 하는데 확전에 대한 두려움은 있다 보니 ‘하지 마’라며 소리 지르는 수준으로 반응을 키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사례에 비해 긴장도가 올라간 이유는 북한이 선제성에서 뒤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 실장은 “예전에는 포괄적으로 준전시 상태를 내렸다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다르다”며 “포병여단 8개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것은 수도권, 서울, 주요 접경지역 도시나 군사기지 등을 겨냥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무인기를 보낸 주체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 원칙으로만 접근하는 것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홍 실장은 “군이 직접 주체가 아님은 명확히 해줘야 전략적 오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우리 군은 하지 않았지만, 그 외에 무인기가 가는 것을 인지했는지, 어떤 주체가 보냈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정도가 북측에 명분을 주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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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출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 역시 “충돌 시 남한에 책임 전가를 대비하려는 북한의 의도와 연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상대방의 굴복만 요구하는 모양새인데, 정부는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외교와 상황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재자나 취약한 정부가 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전쟁을 도발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러한 가능성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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