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예타는 국가재정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지만,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을 위해 여야 가리지 않고 예타 면제를 남발하고 있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개원한 지 5개월도 안 된 22대 국회가 현재까지 예타 면제를 담은 법안을 24건이나 발의했다. 대부분 철도·공항 등 대형 SOC 사업이며 총사업비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SOC 사업과 무관한 것은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 연구개발(R&D) 예타 폐지 법안이 유일했다. 전문가들은 예타를 면제하면 재정 건전성 훼손, 재정 인플레이션 발생 등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국회 입법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법안은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발의한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다. 이 법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진석·임호선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임종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충남 서산과 경북 울진을 연결하는 6조3604억원짜리 사업이다. 중앙정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데 의원들은 예타를 면제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기획재정부는 "개별 법률로 특정 사업의 예타 면제를 규정하는 것은 예타 제도의 형해화를 초래하고 유사 법제화로 파급될 수 있어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원 군 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 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아직 총사업비를 추산할 수 없다. 군 공항을 이전하는 데 수조 원이 들어가고 신공항을 짓는 데 또 수조 원이 필요할 수 있다. 2015년에 약 7조원이 거론됐으니 지금은 더 많은 예산 투입이 필요하지만 백 의원은 예타 면제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가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예타 면제 법안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통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재정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사업비 13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 예타 면제 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용지 조성 공사 입찰에서 네 차례 유찰된 끝에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맺기로 했다.
[문지웅 기자 /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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