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인한 채소 가격 급등에 이어 올겨울 수산물 대란이 예고된 가운데 고기 가격이 밥상물가의 또 다른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가축 전염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럼피스킨병,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연이어 발생하면서다. 계란, 소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식재료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가축 질병"이라며 "가금 농장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퍼지면 굉장히 긴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란계 농장, 닭·오리 농장 전부 다 긴장 상태로 경계 중이고, 다행히 현재까지는 괜찮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전북 군산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형)가 검출되며 계란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미 계란은 올해 초에 비해 가격이 올라간 상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KAMIS)에 따르면 10월 기준 특란 30구의 가격은 7014원으로, 올해 1월(6268원) 대비 11%가량 상승했다.
소 전염병인 럼피스킨병도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지난 8월 경기 안성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강원 양양에서 9번째 발병 사례가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두 달가량 첫 발생이 이르다는 점이 주목된다. 돼지 전염병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올해 9번째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난 13일 강원 화천에서 확인됐고, 이에 따라 3504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ASF는 국내 돼지 농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2019년 ASF가 양돈 농가에 번지면서 삼겹살 소매가격이 급등해 '금겹살'로 불린 바 있다.
현재까지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은 큰 변동이 없지만 가축 전염병 확산 시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식품 물가가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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