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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美, 이스라엘에 ‘사드’와 ‘미군’ 선물…왜 보내고 무얼 기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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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미 육군 병사들이 2020년 6월 25일 미 중부사령부 책임 지역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발사대를 점검하고 있다. 미 공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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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는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포대를 추가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배치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이란의 추가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방어하고 이스라엘 내 미국인을 보호하겠다는 미국의 철통같은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드는 중고도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한국에도 배치돼있다. 적의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대기권을 돌파한 후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는 역할을 하는데, 요격 범위는 약 200㎞, 고도는 150㎞에 달한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사드 포대를 배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원인이 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사드 포대 배치를 지시한 바 있다.

미군은 앞서 2019년에도 통합 방공 훈련 등을 위해 이스라엘에 사드를 배치했다.

다만 실제 작전을 위해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사드를 운용할 약 100명의 미군도 함께 파견한다.

미국은 1991년 걸프 전쟁 때 미사일 방어체계 패트리엇을 운용할 병력을 이스라엘에 보낸 적이 있다.

다만 이스라엘은 당시 자체 미사일 방어체계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을 하던 것도 아니었기에 이번과는 맥락이 완전히 다르다.

사드 배치 및 병력 파견, 배경은?
대선 국면, 해리스 불신 기류
美, 양국 ‘보복 악순환’ 예상


서울신문

하마스 수장 암살 사건 후 보복을 예고했던 이란이 두달 만인 1일 저녁(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규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이날 이란 타브리즈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됐다며 이란 언론이 공개한 동영상 일부. 2024.10.1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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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번 결정은 대선이 채 3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대선 주요 유권자로 유대계도 중요하지만 아랍계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휴전 협상이 여러 차례 결렬되면서 바이든 정부에 대한 아랍계 유권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바이든의 외교력, 나아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능력을 불신하는 기류도 엿보인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본인이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을 속히 끝냈을 것이고 애초 이런 전쟁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수혜’를 노리고 있다.

중동 불안이 해리스 후보에게는 아킬레스건이 될 공산이 큰 셈이다.

하지만 현재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규모 충돌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이달 1일 단행한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항하는 보복 공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란은 이스라엘이 공격할 경우 재공격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사드 및 병력 배치를 결정한 건, 양국 간 ‘보복의 악순환’을 예상하고 확전을 방지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에 대한 신뢰를 보여줌으로써 유대계를 안고 가되, 제한적일 수 있지만 전쟁이 속히 종료되길 원하는 아랍계와 일반 국민에게도 일정한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이다.

개입 시나리오이자 이란 억제책
이란에 ‘미군 사상시 보복 압박감’
방공망 강화로 네타냐후에 ‘당근’


서울신문

2019년 2월 23일 미 육군이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 기지에서 공군 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 III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포대를 실을 준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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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국이 전쟁에 직접 휘말릴 수 있다는 비난 섞인 관측도 존재한다.

이날 미국 워싱턴포트스(WP)는 사드 및 미군 배치를 ‘중대한 파병’으로 규정하며 “이는 중동에서 격화하는 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

중동 전문가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특히 미국인 사상자 발생 위험을 꼽았다.

밀러는 WP에 “(사드 담당) 병사들은 이란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이스라엘 군사기지에서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드 포대가 모든 미사일을 물리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이스라엘군은 과거 이스라엘 기지에 침투한 드론으로부터 병력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군인이 이스라엘 영토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면 미국이 이란에 직접 ‘군사적 대가’를 강요하며 전쟁에 연루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대로 이 지점이 이란 억제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자국 병력 배치로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두려워하는 이란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드 및 병력 배치라는 ‘당근책’이 미국 대선 국면에서 더 큰불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미국이 전쟁통에 뛰어들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으나, 이스라엘에 ‘미국의 신뢰’라는 ‘당근’을 줌으로써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수위를 ‘상식적 대응 수준’으로 맞출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다만 그간 네타냐후 총리가 되풀이한 일방적 행태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분석가였던 해리슨 만은 “사드 포대가 배치되고 이스라엘이 미국 방공망의 보호를 일단 받게 되면 네타냐후가 약속을 지키고, 피하겠다고 한 민감한 목표물을 공격하지 않을 인센티브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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