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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헌재 마비' 3일 전…"심리중단은 직무유기" 가처분 신청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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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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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법과대학 교수가 헌법재판소에 “재판관 7명을 못 채우면 심리를 못 하게 한 헌법재판소법은 위헌”이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오는 17일 헌법재판관 3인 퇴임 뒤 예견된 ‘헌재 마비’ 사태를 앞두고 나온 문제제기다.

국민대 법과대학장을 맡고 있는 이호선 교수(60·사법연수원 21기·전 한국헌법학회 부회장)는 14일 헌법재판소가 사건을 심리할 심판정족수를 7명으로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는데, 이에 따르면 오는 17일 이종석 헌재소장을 비롯해 김기영, 이영진 재판관이 퇴임하고 난 뒤에는 재판관 6명만 남게 돼 헌법재판소의 모든 사건 심리가 중단된다. 이 교수는 이 조항에 대해 “기존의 법은 지금의 국회와 같이 정략적인 후보 선출 지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만든 법안”이라며 “정족수 7명을 채우지 못할 경우 심리 방법을 정한 예외규정을 두지 않은 건 결과적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임 재판관들이 물러나기 전 당연히 후임이 와서 자리를 채울 거라고 가정하고 만든 규정들인데, 그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어서 문제”라며 “본질적으론 어떤 조직이건 결원이 나더라도 후임이 오기 전까지는 일단 직무를 수행하는 게 원칙인데, 헌재가 일반 회사보다도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전방 초소에서 경비병이, 후임자가 오지 않았는데도 교대 시간이 됐다고 홀랑 떠나버리면 그건 큰 사고”라며 “EU사법재판소 등에선 퇴임 또는 중간에 사임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후임이 자리를 채우기 전까지는 업무를 계속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헌재는 국민의 주권‧기본권에 관한 심판을 하는 기관이고 여기가 멈춘다는 건 국민의 기본권이 멈추는 것과 같은데 다들 심각성을 크게 보지 않는 것 같아서 이번 신청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똑같이 절차에 관한 강행 규정인데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이내에 선고해야한다’는 헌법재판소법 38조는 사실상 지키지 않으면서, ‘의결정족수 7명’ 규정만 선택적으로 지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이 안되면 누군가 그로 인해 권한 침해를 받게 된다”며 “헌재는 국가기관 간 권한 침해를 판단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자신들의 권한이 침해되는 건 수동적으로 지켜만 보고 있는 것도 문제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심리를 열어서 판단을 할 것인데, 이번 신청은 그 자정 작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며 “가처분은 국가기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일종의 ‘비상 탈출구’를 위해 내는 건데, 만약 이마저 17일을 넘긴 뒤 ‘재판관 6명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심리를 진행하지 못한다’고 묻힌다면 헌재는 지금 비상 탈출구조차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재 직무가 정지돼있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헌법재판관 공석으로 내 탄핵심판 심리가 무한정 연기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같은 조항에 대해 위헌확인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함께 낸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7월 31일 임명됐으나 취임 이틀만인 8월 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며 2달 넘게 직무정지 상태로 헌재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 추천 재판관 3인 후보는 재판관 공석을 3일 앞둔 14일까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 국감 도중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헌재 재판관 후임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상당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긴 했으나 아직 가시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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