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융 당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기대감을 경계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사업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에 부실 PF 사업장 정리가 자칫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 PF 사업장이 금융 당국의 계획대로 정리돼야 부동산 공급과 가격 안정화가 진행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부실 PF 사업장 가운데 아직 경·공매 등 정리 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30%의 사업장을 중심으로 정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1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PF 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부동산 PF 시장의 정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고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금융사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어 PF 사업을 수행하기 수월해지고, 시중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갈 경우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의 이자 부담은 내년 중 8000억원 줄고 직·간접 경로에 따라 PF 연체율 역시 약 1.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일회성이 아니고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동안 본PF 넘어가지 못하던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들이 본 PF로 넘어갈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8일 대구 서구 내당동 아파트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융권에서 부동산 PF 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무르익을 경우 부실 PF 사업장을 계획대로 정리하지 않는 금융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인하될 경우 부실 사업장 정리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감독 당국에서 부실사업장의 빠른 정리를 종용하고 있으나, 중후순위 대주단은 여전히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부실 이연의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부실정리가 지연되는 경우 요주의자산이 고정이하자산으로 전이되고, 연체율이 점차 상승하면서 건전성 지표가 추가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구조조정에 착수하지 않은 3조8000억원 규모의 부실 PF 사업장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경·공매 대상 부실 PF 사업장 12조원 중 1조5000억원의 정리를 완료했다. 경·공매 절차를 진행 중인 곳도 6조7000억원 규모다. 나머지 3조8000억원 규모의 부실 PF 사업장이 아직 경·공매 절차에 돌입하지 않았다. 전체 부실 PF 사업장의 30%가량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인한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 계획과는 달리 사업장을 팔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라며 “주간 단위로 계획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에도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권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지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계부채 관리를 계속한다는 것은 대출에 제약이 있다는 뜻으로, 여신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수요가 시장의 기대만큼 늘어나지 못해 부동산 시장의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는 한 부실 PF 사업장을 보유한 금융사는 이를 정리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에 있어 금리 인하는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다만,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가 지속되는 상황은 부동산 최종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금리 인하 이후 실물 경기 대신 부동산 부양으로 대출이 나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 당국은 이를 위해 미세 조정을 하려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되면 부동산 PF 시장에 미치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