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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이슈 로봇이 온다

스페이스X가 돌아온 우주로켓을 '젓가락' 로봇 팔로 잡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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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3일 발사된 스페이스X 스타십발사시스템의 1단체가 발사장의 메카질라 로봇팔에 안착한 모습.[사진 스페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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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공상과학(SF) 소설 같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오늘은 엔지니어링 역사책에 기록될 날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5차 시험비행 온라인 중계를 한 미국 NBC 방송 리포터와 스페이스X 엔지니어의 표현이다.

우주 최강국 미국의 눈에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경외의 대상인 듯 하다.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멕시코 국경과 맞닿아 있는 해변마을 보카치카에 있는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장 스타베이스. 화성탐사를 최종 목표로 하는 스타십의 다섯번째 시험발사가 진행됐다. 높이 145m ‘메카질라’ 발사대에서 스타십과 부스터 수퍼헤비로 구성된 2단 우주발사체가 화염을 뿜으며 떠올랐다. 발사 3분 뒤, 고도 70㎞에서 임무를 마치고 분리된 수퍼헤비가 자유낙하하다 지상 1㎞를 남겨두고 재점화됐다.

총 33개로 구성된 랩터2 엔진 중 3대가 각도를 조금씩 바꿔가며 짐벌링(로켓진행 방향을 바꾸는 기술)을 하더니 발사대를 향해 정확히 날아와 ‘젓가락’(chopsticks)이란 별명이 붙은 대형 로봇팔에 마치 빨대가 꽂히듯 매끄럽게 안착했다. 메카질라(Mechazilla)라는 이름은 젓가락 팔을 장착한 거대한 발사탑이 마치 영화 속 괴물 고질라와 비슷하다고 해서 일론 머스크가 지은 이름이다. 스페이스X는 자사 엔지니어들이 이런 방식의 수퍼헤비 포착 시도를 위해 수년간 준비하고 몇 개월간 시험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우주발사체가 발사장으로 귀환해 공중에서 포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발사체의 제원을 보면 이 같은 착륙형태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 실감할 수 있다. 수퍼헤비는 높이 71m, 직경 9m에, 연료를 뺀 무게만도 200t에 달한다. 랩터2 엔진 하나만해도 추진력이 230t으로, 75t 엔진 5개를 단 한국 누리호(KSLV-2) 1단의 추진력(300t)에 필적한다. 이날 시험비행에서는 2단 우주선인 스타십도 예정대로 비행을 마치고 별 파손 없이 인도양 해역의 목표 지점에 성공적으로 입수했다.

스페이스X는 왜 굳이 SF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희한한 방식으로 우주발사체를 회수했을까. 스페이스X는 2017년 이미 1단 발사체가 지상 발사장으로 귀환하는 방식의 재사용발사체를 개발, 최근까지 최대 17회까지 재사용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젓가락’팔 개발의 목적은 항공기처럼 ‘신속한 재발사’와 ‘발사 비용 줄이기’다. 기존의 재사용발사체 방식으로 할 경우 착륙장에서 발사장으로 이동하고 1단 스타십과 조립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재발사까지 한 달 이상 걸리지만, 메카질라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경우 이 같은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덕분에 재발사 시간이 1시간 안으로 줄어든다. 우주발사장 인프라가 제한될 수밖에 달과 화성에서 장차 스타십을 운용하려고 해도 메카질라 발사대와 같은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우주산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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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조 전 한국우주항공연구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우주발사체 기술의 발전 방향은 한번 쓰고 폐기하는 소모성 로켓(ER·Expendable Rocket)에서 재사용 가능 로켓(RR·Reusable Rocket)을 거쳐 항공기 수준의 재사용 로켓(RRR·Rapidly Reusable Rocket) 순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도 차세대발사체(KSLV-3)는 기본적으로 재사용 가능로켓 수준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아직 초기 수준이긴 하지만 재사용발사체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우주발사체 개발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2026년을 목표로 1단 추진체 재사용을 위한 연구·개발을 해오고 있다. 스타십처럼 메탄 기반 액체 우주로켓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우주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해 11월 재사용 기술 확보의 핵심인 ‘기체 수직 이착륙 시험’을 성공했다.

국제우주대회(IAC) 참석 차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 중인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수퍼헤비가 발사대에 포획되는 순간 두려움과 흥분을 함께 느꼈다” 며 “기술력의 간극은 크지만 상상을 현실로 만든 스페이스X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노스페이스의 하이브리드 로켓도 산화제로 액체산소를 쓰고 있다”며 “1단을 재사용발사체로 만들 수 있다면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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