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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집으로, 일터로…성별 소득 격차와 ‘온콜’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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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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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 진출이 보편화되고 남녀 간 학력 차이도 사라진 최근에도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낮은 ‘성별 소득 격차’는 여전하다.



국세청의 ‘성별 통합소득 천분위 현황’ 자료를 보면 2022년 남성의 평균 통합소득은 4941만원, 여성은 2919만원으로, 여성 소득이 남성 소득의 59.1%였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상위 10% 남성의 소득은 1억8433만원이었지만 상위 10% 여성의 소득은 1억148만원에 그쳐 남성의 55.1%였다. 상위 1%에서는 남성(6억1645만원) 대비 여성(2억6743만원)의 소득이 43.4%로 더 낮아졌다.



성별 소득 격차 연구 등으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은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2021)에서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등 고학력·전문직 여성들조차 왜 비슷한 학력과 자격증을 가진 남성들보다 더 적은 소득을 버는지를 분석한다. 그가 원인 중 하나로 제시하는 개념이 ‘온콜’(on-call)이다.



긴급 호출에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온콜은 애초 의료계 등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병원 바깥에 있다가도 언제든 호출이 오면 신속하게 병원으로 돌아가 응급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당직을 말한다.



학교에서 아이가 아프다고 갑자기 전화가 오거나, 편찮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누군가는 집으로 가야 한다. 가정에 대해 온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런 일자리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시간 외 근무, 주말근무를 밥 먹듯 하고, 저녁 시간에도 언제든 부르면 나가야 하는 일자리는 직장에 대해 온콜 상태를 요구한다. 이런 일자리는 그 대가로 높은 임금을 지급한다. 골딘은 이를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라고 부른다.



부부 중 누군가 한명은 가정에 대해 온콜 상태여야 한다. 물론 두 사람이 공평하게 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한명은 가정에 대한 온콜을 맡고 한명은 ‘탐욕스러운 일자리’에 종사할 경우보다 가구의 전체 소득이 크게 낮아진다. 결국 부부는 분업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정에서 전자는 여성이, 후자는 남성이 맡는다.



성별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은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탐욕스러운 일자리’에 더 큰 보상이 주어지는 노동시장의 구조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 둘 다 쉽지 않은 과제다.



안선희 논설위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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