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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500년 전 죽은 콜럼버스, 여러모로 여전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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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의 날’ 맞아 논쟁 불붙어

“문명 전파자” “잔혹한 침략자”

이탈리아 출생 통설···이견도 계속

염색체·DNA 22년간 연구 결과

“콜럼버스는 스페인계 유대인”

경향신문

12일(현지시간) ‘원주민 저항의 날’을 맞아 원주민 대표들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행사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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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0~1506년)를 기리는 ‘콜럼버스의 날’을 맞아 남미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콜럼버스를 문명의 전파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잔혹한 침략자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이다. 한편 그가 스페인계 유대인이었으리란 연구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남미 여러 국가에서 ‘유럽과의 접촉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문명이 전파됐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났다.

시작은 지난 12일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492년 10월12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상륙한 것을 기념해 “아메리카 대륙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인 콜럼버스의 도착을 기념하며 이날을 축하한다”고 밝힌 것에서 비롯됐다. 함께 올린 영상을 통해서도 “이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문명의 시작을 알렸다”,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표현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콜럼버스가 오면서 토착 문화가 말살됐고 식민지 수탈이 시작됐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로이터는 “콜럼버스의 업적에 관한 논쟁은 종종 이념적 노선에 따라 발생하는데, 좌파는 남미 토착 문화가 열등했다는 주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좌파 성향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의 표현을 지적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 12일 “오래도록 그들은 우리를 문명화하기 위해 건너왔다고 말했다. 아니다. 이곳에는 이미 위대한 문화가 있었다”며 올멕 문명, 아스테카 문명 등을 언급했다. 그는 “멕시코가 위대한 것은 원주민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2020년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1877년부터 멕시코시티 시내를 지켜왔던 콜럼버스의 동상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그는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에게 16세기 멕시코 정복 당시 저지른 잔혹 행위를 사과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12일(현지시간) ‘원주민 저항의 날’을 맞아 원주민 대표들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행사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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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을 저격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이) 올린 것을 봤느냐”며 “(해당 게시물은) 10월12일을 우리를 문명화한 위대한 날로 기억하며 거짓된 이야기를 강요한다”고 밝혔다.

10월12일은 남미 여러 국가에서 상징적이면서도 논쟁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각 나라에서 이날을 부르는 표현이 다양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 수십년 동안 베네수엘라에서 10월12일은 ‘원주민 저항의 날’로 불렸다. 미국은 이날을 공휴일 ‘콜럼버스의 날’로 지정해 기념한다.

한편 콜럼버스가 실제로는 스페인계 유대인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법의학자 미구엘 로렌테 박사는 22년에 걸쳐 세비야 대성당에 안치된 콜럼버스의 유해와 아들의 체세포를 분석한 결과 Y염색체와 미토콘드리아 DNA로부터 유대계와 합치하는 특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콜럼버스는 1450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그간의 통설이었다. 그러나 학계에선 스페인 왕가의 후원으로 신대륙 탐험에 나선 콜럼버스의 고향이 이탈리아가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스페인계 유대인이라는 주장에서부터 그리스나 포르투갈 출신이라는 설도 존재했다.

연구팀은 콜럼버스가 스페인계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출생 국가까지 밝혀내진 못했다. 출생지로 25개의 후보지를 분석했으나 ‘서유럽 출생’으로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결론내렸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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