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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파리의 유서 깊은 성당과 박물관에 거대 명품 광고 내걸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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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베이션 비용 급증하자
파리시 의회 기업 협찬 받아
“거대 광고로 오염” 비판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외벽에 할리우드 스타 샤를리즈 테론이 모델로 나선 디올의 향수 광고가 거대하게 걸렸다.

13세기 지어진 생슐피제 성당의 성모 예배당은 지난달 리노베이션을 마쳤는데, 공사 당시 커다란 구찌 광고가 내걸려 있었다.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 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리노베이션 비용 230만유로(약 35억원) 중 150만유로(약 22억원)를 기부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프랑스가 법으로 역사적인 건물과 기념물에 광고를 내거는 것을 막고 있지만, 최근 지방정부와 의회가 막대한 리노베이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명품업체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광고를 허용하며 논란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19세기 만들어진 파리의 관광 명소 생미셸 분수의 리노베이션 비용이 230만유로(약 34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파리시가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지 궁금해했다. 파리시는 올해 기준 88억유로(약 13조559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의회가 광고 대행사와 2026년 분수대 복원이 완료될 때까지 대형 광고 포스터를 내거는 조건으로 비용의 2배가 넘는 500만유로(약 74억원)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자 비용 부담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파리 시의회는 중세 시대에 지어져 지금까지 루브르 궁전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역사적인 생제르맹-록세루아 교회를 개보수하는 데만 1450만유로(약 215억원)가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사 비용을 파리 시민의 세금에만 의존할 수 없어 명품 업체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시는 루이뷔통이 올해 파리에서 완공된 역사적 건물과 기념물의 리노베이션 비용 1000만유로(약 148억원) 중 800만유로(약 119억원)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유명 건물과 기념품에 걸리는 대형 상업 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문화유산 보호를 중시하는 단체와 비평가들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문화 전문 잡지 ‘라 트리뷴 드 라르’(La Tribune de l‘Art)의 디디에 라이크너 편집자는 “프랑스 수도에서 도시 환경을 파괴하는 비뚤어진 시스템이 퍼지고 있다”라며 “세계 문화유산인 센 강 유역은 스마트폰이나 운동화 거대 광고로 오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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