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부양책 발표했지만
직접 지원보단 인프라 투자 집중
특별국채도 구체적 규모 없어
전문가들 “실망스럽다” 평가
중국이 올해 5%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일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규모 등 세부사항이 부족하다는 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획기적인 소비 진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지만 아직까지 중국 당국이 이와 관련해 내놓는 대책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2일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 부채를 대폭 확대하고 국영은행 자본 확충을 위한 특별 국채를 발행하는 골자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국의 잇단 경기부양책에 동원된 국유은행을 돕기 위해 특별 국채를 발행하고 지방정부에도 유휴 토지와 미분양 주택 매입을 위한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4일 지급준비율·정책금리·부동산 대출 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 정책과 지난 8일 전략 산업 및 인프라 투자 예산을 조기 할당하는 방안에 이은 세 번째 경기 부양책이다.
구체적인 국채 발행 규모가 제시되지 않은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전했다. 외신은 이달 말 소집 예정인 중국 최고 입법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다수 외신은 금융시장에서 1조~3조위안 규모의 국채 발행을 예측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각에서 10조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또 전문가들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더 커지고 있음에도 경기 부양책에 소비 증대와 관련한 부양책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9월 중국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4% 상승해 8월 상승률(0.6%)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0.6% 상승)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과 비교해 2.8% 떨어지며 2016년 이후 최장기간인 24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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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장기적으로 투자 및 수출에 의존된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가계의 소비 진작으로 성장 모델을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이번 중국 부양책을 보면) 소비자에게 대규모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부양책에서 중국은 과대 복지에 관한 우려로 대규모 직접 지원보다는 인프라 투자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젤란 인베스트먼트 홀딩스의 브리트니 램 롱숏 주식 책임자는 “중국이 (소비 관련 등 ) 추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할 여지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둔화한 중국 소비가 회복하면 덤핑 문제로 미국, 유럽 등 세계 여러 국과 무역 분쟁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은 지난달 말 당국의 경기 부양 노력에 관한 기대로 증시가 모처럼 달아올랐으나 정책 강도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근 상승 모멘텀에 제동이 걸렸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 지수는 경기 부양이 시작된 이후 지난 8일까지 27% 뛰었지만 이후 사흘간 8.7% 내렸다. 코로나19 이후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 증시는 올해 초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겪어 왔다.
중국 증시에 대한 월가 의견은 엇갈린다. 모건스탠리는 CSI300 지수 목표치를 내년 6월 4000으로 제시했다. 12일 마감 기준 CSI300 지수가 3887.17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반면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는 CSI300 지수가 12개월 내 6000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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