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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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아침신문 1면에는 △남북 무인기 전단 공방(6곳) △한동훈, ‘용산 김 여사 라인’ 경질 요구(4곳) △한강 관련(2곳) 등의 기사가 주요하게 실렸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한강 신드롬
② 시선, 클릭!
- 기준금리 인하, 대출금리 인하는 언제?
- 경기불화 여파, 공장경매 최대
- 의료대란 여파, 전문의 응시 -80%
- 저출생·고령화 여파, 정형외과 늘고 소아과 줄고
- 어른은 복권, 10대는 도박?
③ Now and Then :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한강, 2007)
① 차이의 발견
# 한강 신드롬
- ‘명품 오픈런’은 있어도 책을 사기 위해 서점 앞에 ‘오픈런’ 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이 이를 흔들었습니다. 이것이 ‘반짝 분위기’일지, ‘흐름의 반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한강 현상
1) 책이 팔린다
-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가 난 시각은 목요일(10일) 오후 8시였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 2시까지, 64시간만에 한강 작가의 책이 교보문고와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만 모두 53만부가 팔렸습니다. 예스24에서는 일요일 낮 2시까지 27만부, 교보문고에서는 정오까지 26만부 가량 팔렸습니다. 두 플랫폼에서만 분당 평균 136권씩 사간 셈입니다.
- ‘소년이 온다’-‘채식주의자’(이상 창비)-‘작별하지 않는다’-‘흰’(이상 문학동네)-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장편 ‘희랍어 시간’-앤솔로지 ‘디 에센셜: 한강’(이상 문학동네)-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장편 ‘검은 사슴’(문학동네)-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문학과지성사) 차례입니다.
- 실시간 베스트셀러 1~10위가 모두 한강 작품이었습니다.
- 더불어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의 작품도 이 사흘 동안 110배 증가세를 보였다고 교보문고 쪽이 밝혔습니다.
- “주말 되면서 판매세가 꺾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다”(예스24)
- 책이 안 팔려 더 이상 찍어내지 않아 품절된 적은 있어도, 이처럼 책이 너무 많이 팔려 품절된 적은 최근엔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13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 도서 모음전을 하고 있다. 한쪽에 한강 국내도서 일시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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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쇄소, 오랜만의 밤샘·주말 작업
-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를 인쇄하는 ‘아트인’에서는 지난 주말 공장 가동을 최대치로 올려 2만부를 찍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월요일)부터 또 2만부를 찍어내야 합니다.
- “책이 부족해 급히 생산에 돌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신용운 아트인 생산팀 부장)
11일 밤 경기 파주에 있는 인쇄업체 아트인 직원이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 표지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3) 중고책도 품절, 웃돈
-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소년이 온다’를 30만원에 팔겠다, ‘소년이 온다’ 저자 서명본은 40만원에 사겠다, ‘작별하지 않는다’ 초판 1쇄를 20만원에 구한다는 글 등이 올라왔습니다. 저자 친필 서명이 있는 초판본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50만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 이미 품절된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는 중고서점 ‘알라딘’의 거래사이트에서 정가(1만1000원)를 훌쩍 뛰어넘는 7만원에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4) 책읽기 열풍
- 때마침 광화문과 청계천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시 야외도서관 현장에는 주말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그동안 유튜브 등에 시간을 빼앗겨 책을 읽지 못했다는 이들이 한강 작가 때문에 서점을 찾았다가, 다른 책들도 사서 읽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 온라인에서는 한강 작가의 책을 무료로 나누거나, 서점 ‘기프티콘’을 선물하는 이벤트가 열리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는 이례적으로 ‘교보문고’가 실시간 트렌드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5) 출판주 상한가
- 예스24는 수상 소식 다음날인 11일 개장 직후 상한가를 나타냈습니다. 예스24의 모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도 이날 한때 상한가(5810원)까지 올랐습니다. 예림당(19.63%), 삼성출판사(15.25%) 등 출판 관련주도 일제히 크게 올랐다.
- 전자책 구독서비스 업체인 밀리의서재도 이날 오전 20% 급등했습니다. 그런데 밀리의서재는 한강 작가의 책을 낸 적이 없습니다.
- 아동서적 출판업체인 예림당, 삼성출판사 등 다른 출판 관련자들도 25%, 20% 등 주가가 급상승 했습니다.
6) 해외에서도 한강 열풍
- 일본 대형 서점 기노쿠니야 도쿄 본점 2층 문학코너에 한강 작가 특별 코너가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는 등 대표작들은 다 팔려 책이 동이 났습니다.
-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재팬 문학분야 베스트셀러에 한강의 ‘흰’과 ‘작별하지 않는다'가 4, 5위에 올랐습니다.
-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등 한강의 책 대부분이 품절돼 곧바로 재쇄에 돌입했습니다.
- 프랑스 파리, 뉴욕 맨해튼, 영국 런던의 대형 서점에서도 매진 행렬이 계속돼 추가인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3일 일본 도쿄 대형서점 기노쿠니야에서 ‘축 노벨상문학상 수상 Han Kang(한강)’이라고 적힌 한강 작가 특별 코너에서 일본 독자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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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강에 대한 관심
1) 독립서점 운영자(경향신문 1면)
- 서울 서촌의 작은 서점 ‘책방오늘’ 앞에는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한강 작가가 대표로 있는 독립서점입니다.
- 한강 작가는 직접 진열할 책을 고르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이 책방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방은 “만성적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 그럼에도 이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한강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떤 대가도 없이 우리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잘 보이도록 매대와 서가에 진열해두면,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얼른 선택하기 어려웠던 그 책들을 손님이 만나게 된다. 그 반가운 순간들이 서점을 운영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한강이 운영하는 ‘책방 오늘’ 앞에 지난 11일 아침, 책을 사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책방 오늘’은 12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
2) 음악가 아들
-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날, 첫 수상소감이 “아들과 저녁을 먹고 차를 한 잔 하려한다”였습니다. 20대인 한강의 아들은 음악가로, 어머니와 함께 책방을 운영합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몇 달간 머무를 때에도 아들과 함께 했으며, 이때 아들이 음악 연습을 계속할 수 있도록 2층 방 숙소에 피아노를 들여놓기도 했다.
- 2019년 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에 2114년에 출간될 한강의 미공개 소설 원고 제목도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입니다. 한강은 당시 “내가 죽어 사라진 지 오래고, 아무리 수명을 길게 잡는다 해도 내 아이 역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 애초 아이를 낳지 않으려다가, 아이에게 ‘수박맛을 보여주고 싶지 않느냐’는 말에 설득당해 아이를 낳았다고 합니다.
3. 번역의 중요성
- 한강의 작품은 전세계 28개 언어권에서 80종 넘는 단행본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해 ‘번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 14일 조간신문에는 한겨레,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이 모두 1~2면에 한국문학의 번역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 한국 문학의 번역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과 교보생명이 운영하는 대산문화재단을 통해 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간 문학번역원은 2170건, 대산문화재단은 400건의 한국 문학 번역·출간을 지원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문판과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어판이 나왔고, 각각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2016년)과 프랑스 메디치상·에밀기메 아시아 문학상(2023년)을 받는데 기여했습니다.
- 올해 문학번역원에 책정한 정부 예산은 전년 대비 14% 삭감됐습니다.
4.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불편한 사람들
- 온라인에서는 한강의 수상에 은근하게 또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또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나 선호가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 그런데 한강에 대한 불편함은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의 다름 때문이 아니라, 한강의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5·18과 4·3 등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다룬데다, 윤석열 정부 들어 폄하 작업이 진행된 정파적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심지어 한강이 광주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언급하는 것은 거론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 이런 현상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에도 똑같이 일어났던 일각의 현상입니다.
- 보수언론이나 보수정당 정치인들이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축하하면서도 ‘수상 자체’에만 주목해 의미는 정반대이고, 어감도 어색한 ‘한강의 기적’이라 명명하고, 감명깊게 읽은 작품으로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가 아닌, ‘채식주의자’만 언급하는 것은 안쓰러워 보이기조차 합니다.
- 남들이 누가 뭐라 하더라도 내 신념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들이 다 내 생각과 다르다면 혹 ‘지금껏 내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닌가’라고 한 번 돌아볼 줄 알아야 될 것 같습니다. 더욱이 우리 바깥의 세계가 그렇게 바라본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과정을 거친 뒤에도 ‘내 생각’을 유지할 것인지 말지를 정할 수 있지만, 그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처음 내 생각을 마냥 고집하는 것은 아집이 될 수밖에 없고, 점점 변해가는 세상과 멀어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는 보수나 진보,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나 일반인, 누구에게나 해당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5. 사설
- 한강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금요일(10월11일)치 신문 사설은 일제히 ‘축하’ 일색이었습니다. 이후 언론사에 따라 한강의 수상을 계기로 반성과 이후 과제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더 이상의 언급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언론사마다 강조점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10월12일, 토)
한겨레 = 한강 노벨 문학상 발표 날에도 김광동 위원장 “5·18 북한 개입”
한국 = ‘블랙리스트 작가’의 노벨상, 정치의 문화 억압 다신 없게
동아 = 한강이 물길 튼 ‘한국 문학 세계화’ 이제부터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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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4일, 월)
경향 = 한강의 노벨상 수상, 윤 정부 문화정책 쇄신 계기로
한국 = 단비 같은 '한강 특수', 독서 문화 저변 확대 계기로
중앙 =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 …이젠 과학 분야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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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 인하, 대출금리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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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불화 여파, 공장경매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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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Now and Then
오늘 노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한강 작사·작곡에 한강이 직접 노래한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2007)입니다. 한강은 2007년 자신이 작사·작곡해 직접 부른 노래 10곡을 담은 앨범(?)을 낸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합니다. 살아오면서 감명깊게 들은 노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 맨 뒤에 자신이 만들고 부른 노래가 담긴 CD를 수록한 것입니다. 한강 작가는 객원가수가 부르기를 원했지만, 출판사가 직접 불러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이 책은 지금 품절됐고, 중고서점에서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해 주기를 바랍니다.) 한강은 가끔 피아노를 연주하며 음악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합니다.
소설가 아버지를 둔 한강은 어렸을 때 피아노가 너무너무 치고 싶어 단 한 번 피아노 학원을 보내달라고 졸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에 초등학생 한강은 다른 아이들이 피아노 학원 다닐 때, 바라만 봐야 했습니다. 대신 문방구에서 파는 10원짜리 종이 피아노 건반을 사서 흰 건반이 까맣게 될 때까지 종이 피아노를 쳤다고 합니다. 이를 본 한강의 어머니는 쪼그려 울었다고 합니다. 한강이 중3이 될 때쯤 어느 정도 살림이 폈던가 봅니다. 그제서야 피아노 학원을 다니라고 하자, 이제 철이 든 딸은 “괜찮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그때 또 울었다 합니다. 그때 아버지 한승원은 “엄마 아빠를 위해서라도 1년만 다녀줘라. 안 그러면 한이 돼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피아노 학원에 다닌 중학교 3학년 한강은 초등학생 동생들 틈에 끼어 조금이라도 더 건반을 만져보고자 늘 5분 전에 학원에 도착했다 합니다. 유년의 ‘결핍’은 평생의 상처가 되기 마련인데, 한강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타인에 대한 ‘공감’의 깊이를 더하게 해준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우연히 아버지 한승원의 인터뷰를 출근길 라디오로 들었습니다. 한승원이 딸을 자랑하다 문득 “우리 딸이 피아노도 잘 친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작가한테 갑자기 웬 피아노 얘기를 하나 싶었는데, 나중에 사연을 접하고 보니 아버지 한승원에게 ‘한강의 피아노’는 보통 의미가 아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 인터뷰에서 한승원은 아버지가 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진행자에게 “제 작품 중 일부는 지워버리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밥벌이를 위해 쓴 작품들이 더러 있지요”라는 다소 엉뚱한 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밥벌이를 위해 쓴 한승원의 지워버리고 싶은 작품들이 지금의 한강을 만드는 받침이 되었고, 그리고 한강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준 건 아닌가 싶습니다.
한강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youtube.com)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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