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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경제·전문성 두마리 토끼…'기금형' 퇴직연금 급물살 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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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정부, 기금형 도입에 한목소리로 '찬성'

연합뉴스

퇴직연금
<<연합뉴스TV 캡처>>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정치권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투자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별도 조직이 관리·운용하는 '기금형'을 만들려는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 8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시 근로자 100인 초과 사업장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100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관리, 운용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여야 정치권이 합의할 경우 기금형 퇴직연금의 입법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퇴직연금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적극적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푸른씨앗)를 운용모델로 한 기금형 퇴직연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의 안정적 관리와 수익률 극대화로 근로자의 은퇴 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8월 말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여기에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2016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실현되진 못했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 8월 31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역시 물거품이 됐다.

문재인 정부 때는 2019년 5월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위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골자로 하는 퇴직연금 제도 개선안을 내놨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관리, 운용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처럼 투자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별도의 중개 조직이 투자정보가 부족한 가입자(회사 또는 근로자 본인)를 대신해서 적립금을 관리하면서 집합적으로 투자하거나 퇴직연금 사업자(민간 금융기관)를 상대하는 '기금형'이다.

다른 하나는 중개 조직을 거치지 않고 가입자가 민간 금융기관인 퇴직연금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스스로 투자상품을 선택해서 운용하는 '계약형'이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대부분 계약형으로, 기금형과 달리 가입자가 각자 알아서 적립금을 운용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퇴직연금 가입률이 낮은 3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 준비를 위해 2022년 9월부터 운영하는 '푸른씨앗'이란 공적 퇴직연금 기금이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다.

푸른씨앗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 운영해 근로자에게 퇴직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로, 국내 퇴직연금 유형 중에서 유일하게 '기금형' 제도에 해당한다.

계약형은 투자 정보가 부족한 사용자나 근로자가 각자 어디에 투자할지를 정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위험성과 변동성 높은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했다가 자칫 원금마저 까먹을 걱정 때문에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장기간 방치해놓기 일쑤다. 그러니 수익률이 낮다.

이와 달리 기금형 퇴직연금은 계약형보다 장점이 많다.

기금형은 공공기관이든 민간기관이든 대형 중개조직이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서 기금을 만들고, 이를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만큼 정보 비대칭에 따른 가입자의 투자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뿐더러, 규모의 경제 이익을 실현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계약형 퇴직연금 5년, 10년 평균 수익률은 각각 1.51%, 1.93%로 매우 낮다.

이에 반해 올해 9월로 2주년을 맞은 기금형인 푸른씨앗의 2년간 누적 수익률은 12.8%로 상당히 높다.

퇴직연금이 발달한 대부분 서구 국가는 기금형만 있거나 기금형과 계약형을 둘 다 가지고 있고, 둘 다 있는 경우에도 기금형이 압도적으로 많다.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전 세계 주요 국가 치고 근로자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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