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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연대 수시논술 1시간前 시험지 배부, 문제 유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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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관 시험시간 착각, 15분후 회수… 온라인에 이미 문제 관련 글 올라와

연세대 “휴대전화 꺼낼수 없던 상황

수사 의뢰… 재시험은 생각 안해”

수험생-학부모 “공정성 문제” 반발

동아일보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수험생들이 인문·사회계열 논술시험을 마친 후 캠퍼스를 나가고 있다. 이날 오후 자연계열 논술시험에선 감독관의 착오로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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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중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연세대 측은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위원회를 구성해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필요하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 사이에선 시험 문제 유출이 확인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인 만큼 재시험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논술 시험지가 유출됐다면 1885년 연세대 개교 이후 초유의 사태가 된다.

●감독관 실수로 시험지 사전 배포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선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전형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는 인문·사회 계열 논술시험이, 오후 2시부터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졌다. 261명을 선발하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에는 수험생 9667명이 응시했다.

그런데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논술시험 시간을 오후 1시부터로 착각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감독관은 낮 12시 55분경 논술 시험지를 고사장에 있던 수험생 31명에게 배부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감독관이 착오가 생긴 것을 알아차리고 15분가량 지난 오후 1시 10분경 회수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후 논술시험 관련 글이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에는 오후 1시~1시 반 “1번(문제) 아까 말한 도형 맞나”, “유출됐다는 게 정사각형에 직사각형 4개인가” 등 시험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실제로 1번 문제는 확률 문제인데 문제 하단에 정사각형 8개로 구성된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한 글쓴이는 “휴대전화 수거 전 시험지를 나눠주는 바람에 1번 문제가 사진으로 온라인에 유출됐다”고 했다. 하지만 연세대 측은 13일 밤 입장문을 내고 “시험 시작 전 문제가 유출됐다고 하면서 올라온 사진은 시험 종료 후 문제지를 불법 촬영한 파일이 공유된 것”이라며 “시험 시작 전 공유된 것처럼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통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날 자연계열 논술 시험에선 4-2문항에서 수학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된 사실이 시험 중 발견되기도 했다. 연세대 입학처는 시험 종료 30분 전 이 사실을 공지하고 수험생 전원에게 시험 시간을 20분 연장해 줬다.

●연세대 “경찰에 수사 의뢰 검토”

연세대 입학처는 시험지를 사전 배포한 고사장 감독관 2명을 13일 대면 조사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두 감독관은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끄고 가방에 넣은 후 고사장 뒤에 둔 상태에서 시험지가 교부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감독관이 시험 시작을 선언하기 전 시험지 회수도 이뤄졌다”고 했다.

연세대 측은 이날 밤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문제지 배부부터 문제지 회수 시까지 모든 문제지는 연습지에 의해 가려진 상태여서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다”며 “다만 문제지 수거 후 시험지 배부·회수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얼핏 본 도형에 대한 인상을 묘사한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고 추정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된 여러 정보가 서로 무관한데도 마치 하나의 사건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합되고 확대되고 있다”며 “도형이 있다는 인상을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공정성을 해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연세대 측은 또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조사를 하고 필요하다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자연계열 논술 시험을 치렀다는 한 학생은 “A3 한 장 앞뒤에 6문제가 나와 있었다. 문제가 된 고사장에서 문제를 사전에 봤다면 시험지 회수 후에도 1시간 가까이 미리 풀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정성 문제가 큰 만큼 재시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시업계 “재시험 또는 납득할 해명을”

연세대 측은 관리감독 소홀을 인정하고 “송구하다”고 사과했으며 휴대전화 소지 및 문제 유출 불가는 이미 수험생에게 공지된 사항인 만큼 이를 어겼거나 문제 유출로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0점 처리, 입학 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로선 재시험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시험지가 수험생에게 사전에 전달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라며 “어떤 문제인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왔다면 명백한 문제 유출로 봐야 하며 재시험이 불가피하다. 아니라면 대학 측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빠르게 내놔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일단 연세대의 향후 조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각 대학은 공정한 입학전형 운영 의무가 있다. 학교에서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지도감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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