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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사설] 평양 상공 무인기와 전단 미스터리, 극한 대결은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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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방문해 자폭형 무인공격기 타격 시험을 현지지도하는 장면. 북한은 최근 대한민국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를 주장하며 대남 협박에 나섰다. 앞서 북한은 2022년 12월 26일 서울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켰지만 아직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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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확인 불가” 김여정 “끔찍한 참변 일어날 것”





서로 자극적 언행 자제하고, 충돌 없게 위기 관리를



북한이 평양 상공에 대한민국의 무인기(드론)가 이달 들어 세 차례 침투, 김정은 정권을 비난하는 전단(삐라)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면서 남북의 상호 비방이 거칠어지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 도중 관련 질문을 받고 “그런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가 1시간 만에 “북한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군의 공식 입장이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성 전략을 보임에 따라 ‘평양 상공 무인기’의 진실은 당분간 미스터리 영역에 머물 것 같다. 다만 우리 군과 민간 무인기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우리 군이 보낸 무인기 또는 민간이 날린 무인기이거나, 북한의 자작극과 허위 주장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서 2022년 12월 말 북한이 무인기로 영공을 침투해 서울 상공을 휘젓고 유유히 북상한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후 대응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9월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고, 국군의날 행사에 첨단 무인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 군이 보낸 무인기라면 최근 휴전선 일대에 장벽을 쌓으며 요새화에 열중하는 북한의 방공망을 뚫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밤에 촬영까지 당했다면 스텔스 무인기 작전의 미숙함을 지적할 여지도 있다.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이전에) 무인기를 보낸 적은 있는데 이번에는 보낸 것이 없다”며 부인했다. 휴전선 부근에서 평양까지 직선거리가 160㎞나 되는 만큼 민간이 날린 대북 전단이라면 몰라도 무인기가 왕복 300㎞ 이상을 비행 가능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북한의 자작극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도 있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북 위협을 부각해 북한 내부 통제에 활용하려 했거나 ‘통일 지우기’를 위해 북한 주민의 대남 적대감을 자극하려고 자작극이나 가공의 사실을 만들었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최고 존엄’으로 여기는 김씨 일가의 치부와 통치 실패 사실을 폭로한 전단을 주민에게 공개한 것을 보면 자작극 가능성은 작다는 반론도 있다. 북한은 최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상을 강순남에서 노광철로 교체했는데, 방공망이 뚫린 책임론과 연결짓는 해석도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그제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협박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즉각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것 같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남쪽으로 끊임없이 ‘오물 풍선’을 살포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언사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언행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우발적 충돌이 없도록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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