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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혼삿길 막고 있어” 무속인 말에…母 때려 죽인 세 자매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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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30년 지기 여성의 가스라이팅

세 딸들에 “엄마가 기 막아, 때려야”

모친은 딸의 가게에서 맞아 죽었다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21년 10월 14일 무속신앙에 빠져 친어머니를 폭행해 사망케 한 세 자매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이날 대법원은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피해자 A씨의 첫째 딸 B(당시 44세)씨와 각각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둘째 딸 C(당시 41세)씨와 셋째딸 D(당시 39세)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또 범행을 사주한 혐의(존속상해교사)로 기소된 피해자의 30년 지기 E(69·여)씨에게도 원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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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A씨와 딸들의 모습.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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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는 왜 자신들의 어머니를 사망케 했을까. 그 배경에는 어머니 A씨와 30년 동안 알고 지낸 E씨가 있었다.

한 상가 건물에서 각각 슈퍼마켓과 문구점을 운영하던 A씨 부부와 E씨는 가까운 사이였다. A씨가 남편과 불화를 겪을 때마다 E씨에 의지했고 A씨 딸들도 그런 E씨를 신뢰했다.

그렇게 30년의 시간이 흘렀고, 성인이 된 A씨 딸들은 E씨의 남편이 소유한 건물 2층에 카페를 냈고, E씨로부터는 수년간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

A씨는 E씨의 손주들을 위해 음식 준비를 하고 빨래는 하는 등 집안일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E씨는 A씨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고 결국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말았다.

자신을 신뢰하며 무속신앙에 의지하던 세 자매에게 자신이 모시는 신을 ‘그 분’이라 칭하며 무속인으로 믿도록 해 자신의 말을 따르도록 했다.

E씨는 범행 직전 세 딸들에 ‘그 분’의 말을 밀려 “정치인, 재벌가, 등과 연결된 기를 통해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해 줄 수 있다”면서 “그런데 모친이 기를 꺾고 있으니 혼내줘야겠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너희 엄마 때문에 너희들의 기(氣)가 꺾이고 있으니 엄마를 혼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수시로 보냈다.

결국 세 자매는 2020년 7월 24일 0시 20분부터 카페에 나와 일을 거들고 있던 A씨를 CCTV 사각지대로 데려가 폭행했다. 폭행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날 폭행으로 몸이 상했지만 A씨는 딸의 일을 돕기 위해 다음날에도 카페에 나왔다. 식은땀을 흘리던 A씨를 향해 딸들은 또 다시 다그쳤다. 막내딸은 A씨의 종아리를 발로 찼고 큰딸은 손으로 머리를 때렸다.

A씨는 결국 이날 쓰러져 깨어나지 못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위력에 의한 내부출혈이었다.

경찰은 카페 내 CCTV를 분석해 폭행 주범인 큰딸 B씨를 구속하고,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등 도운 동생 C, D씨를 불구속으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당시 B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경제적인 이유라며 E씨의 존재를 감췄다. 그러나 검찰이 세 딸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이들의 범행 모의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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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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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문자들에는 E씨가 어머니를 때리라고 지시하고 이를 따르는 내용의 문자들이 가득했다.

결국 검찰은 A씨의 폭행을 교사한 사람이 A씨와 30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 E씨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E씨와 세 자매 사이에 지시·복종 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이번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를 마친 검찰은 폭행당한 A씨가 구타 이후에도 상당 시간 살아있었던 점, 세 자매가 범행 후 119에 신고한 점 등을 고려해 살인이 아닌 존속상해치사를 혐의를 적용했다.

또 E씨에 대해서는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던 점에 미뤄볼 때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존속상해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큰딸은 이전에도 상당 기간 연로한 피해자를 폭행하고 욕설을 하는 등 지속 학대했고, 막내딸은 부추겼다”며 “그럼에서 피고인(세 자매)들은 범행을 사주한 피고인의 죄책을 축소하는데 급급하고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실형을 선고했다.

숨진 A씨의 다른 두 아들은 법원에 세 자매에 대한 선처를 탄원했으나 이듬해 대법원은 이들의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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