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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VIEW POINT] 누구를 위한 방산전시회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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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K방산'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국민도 친숙해질 수 있게 마련된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지난 2~6일 충남 계룡대(육해공군 본부) 활주로에서 개최된 KADEX는 3만4000㎡의 전시면적과 8만여 명 참관이라는 최대 규모를 이뤄내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런 공식 발표에 가려진 방위산업체 직원의 후일담은 '너무 불편했다'였다.

전시 부스를 찾아다니고 상담을 이어가는 강행군에 업무차 방문한 낯선 곳에서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원하는 편한 잠자리, 든든한 식사, 청결한 화장실 등 밤에 푹 쉬고 끼니를 챙기는 기본적인 사항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행사가 열린 계룡대의 배후 도시(계룡시)가 인구 4만명대에 불과해 숙소와 음식점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서 참가한 방위산업체의 한국 협력사 직원은 "호텔을 약 반 시간 거리에 있는 세종에 잡았고 점심도 세종에 가서 해결했다"며 "다른 업체 직원은 '대전 유성구에 숙소를 정해서 왔다 갔다 했다'고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으로 출장 온 그 직원은 하루에 2시간씩 차 안에서 지낸 것이다. 만약 한국 회사원이 외국에 출장 가서 매일 2시간씩 차를 타고 같은 곳을 다녀야 했다면 무슨 얘기가 나왔겠나.

행사장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도시락이 가격 대비 부실했다는 불만도 빠지지 않았다. 숙소나 음식점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 넘어가도 화장실 문제는 이구동성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국내 방위산업체의 한 임원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도저히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주최 측 관계자는 "계룡시가 계약한 화장실 관리업체가 있었는데 일부 그런 점이 있었다"며 "다음 행사 때는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포함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가장 편하고 여유 있게 행사에 참관한 쪽은 계룡대에서 근무하는 현역 군인이었다. 사무실에서 나와 몇 분 걸어가면 국내외 방산업체 임직원들이 모여 있는 전시장이었다. 군은 무기 거래에서 '갑'이다. 한마디라도 더 홍보하고 한 건이라도 더 계약을 하고 싶은 업체 관계자들은 '을'이라서, 'K방산'의 자랑스러움을 직접 보러 가족과 함께 찾아온 시민들은 거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라서, '글로벌 명품 전시회'를 목표로 내세운 KADEX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모습이었다.

[안두원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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