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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선 필사 챌린지…손글씨로 주요 문구 따라 쓰며 작품 즐겨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의 한영문화사에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제본 중인 모습. 이 책의 초판 1쇄를 찍어냈던 한영문화사는 작가의 노벨상 수상 직후 15만부 주문을 받아 주말에도 24시간 동안 공장을 가동했다. 이보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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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스타그램과 ‘X’ 등 SNS에는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대표작인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작품의 필사 ‘인증샷’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필사 인증샷을 올린 정채영(29)씨는 “평소 좋아하는 책의 주요 문구를 필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필사 챌린지는) 좋아하던 작가의 뜻깊은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며 “다시 한 번 책을 읽고 의미를 곱씹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보여줄수 있는 긍정적인 문화”라고 말했다.
한 작가가 2021년 인터뷰에서 추천곡으로 언급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역주행’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고(故) 김광석의 ‘나의 노래’, 악뮤(AKMU)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등이다. 한 작가는 “평소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라며 소설 집필 과정에서 들은 이 곡들을 소개했다. 13일 음원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악뮤의 곡은 지난 10일 인기순위 34위, 11일엔 27위를 기록한 데 이어 13일 오후 4시 기준 22위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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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물론 서점서도 품귀 현상…인쇄 공장은 주말도 반납
작품의 인기로 도서관과 서점에서도 한강의 작품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실제 이날 오전 방문한 서울 마포구 내 도서관 3곳에서는 모두 한강 작품을 대여할 수 없었다. 마포평생학습관 한 관계자는 “한강 책 예약 문의 전화도 많이 오는데 지금은 대출이 불가능하고 예약도 10명이 넘는 상태라 1~2달은 지나야 대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면서 일부 인쇄공장도 평소와는 달리 바쁜 주말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에 인쇄 공장을 둔 한영문화사가 그 중 하나다. 2021년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당시 초판 1쇄를 찍어낸 업체로, 수상이 결정된 직후인 지난 10일 밤 15만부 발주를 받았다. 직원 60여명 대부분이 주말까지 반납하고 인쇄기를 돌린 끝에 겨우 출고 일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지난 12일 온라인 중고거래플랫폼 중고나라에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 초판 저자 서명본을 5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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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인쇄공장 50여 곳 대부분이 문을 닫은 주말이지만, 이곳에선 직원 10여명의 책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들이 페이지 숫자를 맞춰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면 제본기계가 아교를 이용해 책 모양으로 페이지를 붙인다. 이후 표지를 씌우고 띠지를 두르는 작업까지 끝나면 30권씩 묶어 포장을 마친다. 공장에선 이 작업을 위해 기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송영천 차장은 주말 내내 쉬지 못 해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로 “한강 작가가 부커상을 탄 2016년 이후 거의 1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보통 책이 출고되면 출판사 물류창고로 가는데 주문이 밀리다보니 바로 서점으로 배송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컨베이어벨트 사이를 누비며 제본 공정을 챙기던 엄재근 부장도 “업계가 불황을 겪은 지 오래됐는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저희가 초판을 찍어낸 책이 잘 팔리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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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초판 50만원에 팝니다” 고가 중고거래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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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강의 작품을 고가에 내 놓은 중고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지난 12일 온라인 중고거래 카페인 중고나라에는 “한강 채식주의자 초판 1쇄 저자 서명본 50만원에 팝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미 40만원에 판매가 완료된 글도 있었다. 작가의 다른 대표 작품의 초판 인쇄본 역시 10~20만원대에 판매한다는 글이 잇따랐다. 다른 책들도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들 책의 정가는 1만5000원 안팎이다.
평소 도서관 대여나 중고 또는 나눔으로 책 보는 직장인 김영연(35)씨는 결국 책 구하기를 포기했다. 김씨는 “집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 어려워 중고라도 사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비싸졌을 줄 몰랐다”며 “열풍이 식을 때까지 조금 기다려 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보람·이찬규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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