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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레바논 유엔군 부상자 5명째···“당장 멈춰야” 국제사회 규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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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 폭격을 퍼붓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레바논 지역 유엔평화유지군(UNIFIL·유니필) 부상자가 5명까지 늘었다. 레바논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한 40개국이 성명을 내는 등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

12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소속 차량이 순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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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레바논 유엔평화군 철수 공식 요청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유엔 사무총장에게 레바논 주둔 UNIFIL을 전투 지역에서 철수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은 UNIFIL의 대피를 거듭 요청했으며, 레바논 전투 지역에 주둔 중인 UNIFIL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인질이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안드레아 테넨티 UNIFIL 대변인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우리에게 ‘블루라인’에서 최대 5㎞ 떨어진 위치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며 이를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지역에서 유엔기가 높이 휘날리고,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잔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블루라인은 2000년 유엔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 설정한 일종의 국경선이다. 이 일대에는 세계 각국에서 파병 온 1만명 규모의 UNIFIL이 주둔하며 경비해왔다. UNIFIL은 긴급 상황 발생 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가 직접 충돌하지 않도록 해당 지역에 즉시 추가병력을 배치하고 결의 위반 상황을 유엔 안보리에 보고해야 한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지상전을 본격화하면서 UNIFIL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UNIFIL은 지난 11일 밤 레바논 남부 나쿠라 기지 인근에서 UNIFIL 대원 한 명이 유탄에 맞아 수술을 받는 등 최소 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UNIFIL에 따르면 나쿠라 지역 지휘부 등은 최근 며칠 동안 반복적으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감시탑과 감시 카메라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이탈리아, 인도, 스페인 등 UNIFIL을 파병한 40개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해당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UNIFIL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며 “우리는 UNIFIL에 대한 최근 일련의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 (이스라엘군은) 이런 행위를 즉시 멈춰야하며, 적절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은 지난 11일 이스라엘군의 UNIFIL 공격을 비난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공격은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에 따른 이스라엘의 의무와 국제 인도주의 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이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UNIFIL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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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12일(현지시간)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 레바논 남부 마을의 감시탑 지붕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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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결의안 1701호 해법 될까…“레바논군 역할 강화 지원”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UNIFIL까지 타격을 입는 등 갈수록 긴장이 고조되자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로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1일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마지막) 레바논 침공을 종식했던 유엔 결의가 이번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며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외교적 노력의 한가운데 수십 년 묵은 유엔 안보리 결의가 놓여있다”고 전했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 종식을 위해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01호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레바논 리타니 강 이남에는 헤즈볼라를 제외한 레바논군과 UNIFIL만 주둔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헤즈볼라를 비롯한 다른 무장단체가 철수하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한 결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NYT는 모든 당사국은 안보리 결의 1701호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를 부활시키는 게 이스라엘이 레바논 북쪽으로 전쟁을 확대하려는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도 동의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이 안보리 결의 1701호 복원 방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안보리 결의 1701호가 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레바논 남부 국경 일대를 본거지로 삼아온 헤즈볼라를 애초 결의 내용에 따라 리타니 강 뒤로 물리는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레바논군과 UNIFIL은 그동안 완충지대에서의 헤즈볼라 활동을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지중해를 낀 유럽연합 9개국(MED9)은 지난 11일 정상회의 후 공동 성명을 내고 레바논군의 역할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도 같은 날 레바논군이 남부 국경을 따라 주둔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안보리 결의 1701호가 완전히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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