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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탈모약 ‘자살충동’ 가능성 제기…피나·두타스테리드 시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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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 조사 후 ‘시판 허가’ 유지 여부 발표

식약처, 사용 및 부작용 현황 검토 추진

업계, 결과 주목…“정신과적 부작용 확인되면 허가 취소 가능성도”

의료 전문가 “주의해서 사용하면 문제 없어”

쿠키뉴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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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이 잇따르는 탈모약의 주요 성분이 자살충동 부작용을 낳는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에서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큰 의약품인 만큼 업계도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EMA)은 탈모 치료에 쓰는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또 이들 성분의 제네릭(복제약)에 의한 자살충동 위험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EMA 산하 안전성관리위원회가 두 성분에 대한 심의에 착수한 상태다. EMA는 검토 후 해당 의약품의 시판 허가 유지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EMA 심의를 눈여겨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 규제당국이 검토에 착수한 만큼 식약처도 해외 사례를 모니터링하며 국내 허가사항, 사용 현황, 부작용 발생 사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남성형 탈모 치료에서 활발하게 사용하는 약물로, 우리나라의 경우 약 1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이루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MSD의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 영국 제약사 GSK의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가 오리지널 의약품이다. 국내에선 피나스테리드 제네릭 216종, 두타스테리드 제네릭은 114종이 허가돼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약물이다. 6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남성형 탈모증 환자의 절반 이상이 해당 성분의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일각에선 EMA 검토 결과에 따라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EMA 심의 결과, 심각한 정신과적 부작용이 제기된다면 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럽 시장에서 퇴출이 결정되면 국내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자살충동 등 정신과적 부작용 문제가 확인된다면 복용 가능한 대상 폭이 좁아져 병원 처방이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 처방 건수도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두 성분이 차지하는 시장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심의 결과가 ‘경고 표기’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국내에서는 두타스테리드, 피나스테리드의 정신과적 부작용 보고 사례가 드물다”며 “이미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온 의약품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처럼 경고 문구 삽입 정도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피나스테리드 성분이 포함된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의 부작용 안내에 ‘자살 위험’과 관련한 경고 문구를 넣도록 했다. 기존 부작용인 성욕 감소, 발기 부전, 우울감 외에 ‘자살 생각 및 행동’을 추가한 것이다. 영국 의약품의료제품규제청(MHRA)은 피나스테리드를 복용 중인 남성들의 잠재적인 정신과적·성적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환자 경고 카드를 도입했다.

의료 전문가는 투약 초반에 잘 관리하면 건강상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권오상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경각심을 갖고 주의해서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투약 초기에 환자 상태를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낙 많은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드문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한 달 정도 투약 경과를 보고, 불편한 증상 등이 발생한 경우 다른 약으로 치료를 지속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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