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베를린 소녀상에 철거명령장 "31일까지 철거... 안 하면 과태료 443만 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녀상 설치 허가 권한 쥔 미테구청
건립 단체 코리아협의회에 통지
"설치 연장, 외교 관계 걸림돌" 명시
한국일보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왼쪽 사진). 오른쪽 문서는 소녀상 설치 허가 권한을 쥔 미테구청이 소녀상 건립 단체인 코리아협의회에 보낸 철거 명령장.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코리아협의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에 대한 철거명령장이 공개됐다. 해당 문서에는 이달 31일까지 철거하라는 내용과 함께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3,000유로(약 443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달 31일까지 완전 철거하라"


소녀상을 건립한 독일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이하 코협)는 11일(현지시간) 소녀상 설치 권한을 쥔 미테구청(이하 구청)이 코협 앞으로 보낸 철거명령장을 공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은 미테구 브레머길과 비르켄길 교차로에 자리하고 있다. 2020년 9월 28일 유럽 내 공공부지에 처음으로 설치된 소녀상이다.

철거명령장에서 구청은 코협에 '2024년 8월 21일 코협이 제출한 신청이 기각됐다'고 알렸다. 해당 신청은 '소녀상 설치 기한이 종료되는 2024년 9월 28일 이후 설치 기한을 추가로 연장하거나 영구 설치를 허용하라'는 내용이다. 구청은 이어 소녀상을 현 위치에서 이달 31일까지 잔여물 없이 완전 철거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3,0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철거명령장에 대한 수수료(331.84유로·약 49만 원) 또한 다음달 1일까지 납부하라고 전했다.
한국일보

코리아협의회가 11일 공개한 독일 미테구청으로부터 발송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명령장. 코리아협의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구설치? "법적·외교적 용납 불가"


구청은 소녀상 설치 기한 연장이 불가한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①구청은 일단 현행법상 소녀상 영구 설치 및 설치 기한 연장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구청에 따르면 소녀상 설치 기한은 원래 '2021년 9월 28일까지'였고, 이는 코협도 인지한 것이었다. 이후 '2022년 9월 28일까지'로, '지난달 28일까지'로 두 차례 걸쳐 설치 기한을 연장한 것은 관행 또는 관용이었다는 게 구청의 설명이다. 공공 부지에 예술 작품을 영구 설치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공모 절차를 따라야 하지만 코협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도 구청은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녀상에 대한 설치 기한을 추가로 늘리거나 영구 설치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예술 작품이 공공 부지에 설치될 기회를 빼앗는 것임은 물론, 유사 사례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도 밝혔다.

②일본과 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는 점도 철거 사유로 명시했다. 구청은 독일 연방정부 및 베를린주와 소녀상 존치 문제를 두고 논의한 결과라며 "한일 갈등을 주제로 하는 소녀상을 계속 설치하는 것은 독일의 외교적 이해 관계에 걸림돌이 된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28일 일본과 한국 간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됐다'는 게 독일의 입장이라는 점을 부연하면서다. 소녀상이 일본군 피해자의 용기를 존중하고 가해국 일본의 범죄를 기억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성폭력 전반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보편적 여성 인권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더라도 이를 미테구에 영구 설치할 이유는 없다고도 못박았다.

③구청은 그간 소녀상을 두고 코협과 진행한 협상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도 적시했다. 구청은 가해국 일본의 만행을 지적하는 비문의 문구를 변경하거나 공공 부지가 아닌 사유지로 소녀상을 이전하는 방안 등을 두고 논의가 진행됐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청은 "(코협은) 영구 설치가 정치적 방식으로만 얻어질 수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존치를 위해) 성공적인 로비 활동을 펼쳐왔다"며 "법치 국가에서 '정치'에는 법과 규정, 그리고 실질적으로 시행되는 행정 관행에 의해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코협은 구청의 철거 명령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