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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2030이 혈당관리 돌입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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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후루’는 가라. 대세는 ‘반도파민’
건강 관심 높아져 저속노화 식단 유행
‘도파민 트렌드’에 대한 피로와 반성


매경이코노미

탕후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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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류가 10g이네?”

대학생 김 모양(20세)은 최근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음료를 구매할 때 영양성분 표기를 확인하는 것이다. 같은 맛이라면 당류가 적은 것을 선택한다.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간 대학생 최 모양(23세)은 자연스럽게 채소부터 집는다. “너도 채소부터 먹어?” “응. 혈당 스파이크 방지해야지” 마찬가지로 채소부터 먹는 친구를 바라보며 답한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는 ‘혈당 관리’가 대세다. 인스타그램에 ‘혈당 관리’를 검색하면 7.6만개의 게시물(2024년 9월 기준)이 나온다. 유튜브에서는 ‘혈당 스파이크 막는 꿀팁’, ‘혈당 다이어트’ 등의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가을은 한 유튜브 채널에서 “요즘 혈당 관리에 빠져있다”며 “(채소) 3조각을 먼저 먹고 다른 음식을 먹는다”고 언급했다.

불과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마라탕후루(마라탕+탕후루)’라는 댄스 챌린지가 열풍 할 정도로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 유행했다. 하지만 최근 이와는 대조적인 ‘제로’, ‘저속노화 식단’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2030세대가 새로운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도파민을 추구하던 그들은 어떤 건강관리를 시작한 걸까.

2030세대도 신경 쓰고 관리한다. ‘혈당’
혈당은 주로 당뇨병환자나 중장년층의 관심 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2030세대에서 당뇨와 고혈압 환자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건강을 챙기는 트렌드가 확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30세대 당뇨환자는 2018년 13만9000여명에서 2022년 17만4000여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고혈압 환자는 21만3136명에서 25만8832명으로 21.4% 늘었다.

당뇨병 환자 비율 증가만이 계기는 아니다. 2030세대의 혈당 관리 열풍은 다이어트와도 연관된다. SNS에 ‘혈당’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다이어트’도 같이 나타난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면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 살이 쉽게 찌는 체질로 변한다. 인체가 인슐린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것이다.

혈당 다이어트는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는 순서 대로 음식을 먹거나, 그러한 식단으로 먹는 것을 의미한다. 섬유질,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음식을 섭취해 혈당이 천천히 오르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대학생 최씨와 친구가 음식을 먹을 때 채소부터 섭취하는 까닭이다.

유튜브에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영상이 유행했다. 야채 등 섬유질을 먼저 먹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혈당 수치를 비교하거나 음식을 먹고 가만히 있을 때와 가볍게 산책한 후의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트렌드를 반영해 기업들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최근 3년간 GS25에서 판매된 저당, 저칼로리, 제로슈거 등 제품군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2년에 93.3%, 2023년에 126.3%, 그리고 2024년 8월 26일 기준으로 77.9%로 나타났다. SNS에서는 ‘OO 커피숍 음료 저당으로 주문하는 방법’이라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고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은 줄줄이 저당, 저칼로리 음료를 출시했다.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세요’는 옛말. 이제는 식단으로 ‘안티에이징’
몇 년 전 안티에이징 즉, 노화방지를 강조하는 피부, 헤어, 메이크업 관련 화장품들이 유행했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는 식단을 통한 안티에이징이 유행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저속노화식단’이다.

저속노화식단이란 잡곡밥, 채소, 단백질 등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으로 구성된 식단을 일컫는 말로, 노화를 가속하는 단순 당류, 정제 곡물, 탄수화물 등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저속노화식단을 알려왔고 저서 ‘저속노화 식사법’을 출간하며 큰 반응을 얻었다.

실제로 각종 SNS에는 자신만의 저속노화식단을 공유하는 게시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정 교수가 관리자로 있는 저속노화식단 공유 커뮤니티가 있다. 멤버는 2.6만명으로 이들은 서로의 저속노화 식단을 공유한다.

매경이코노미

정희원교수가 운영하는 ‘저속노화 식단’ 커뮤니티(좌)와 닉네임 ‘에반’이 업로드하는 저속노화 식단 예시(우) (사진=엑스 ‘저속노화 식단’커뮤니티와 ‘에반’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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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증후군(심뇌혈관질환 및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가 겹쳐 있는 상태)에 시달리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하 모씨(36세)는 ‘에반’이라는 닉네임으로 이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자신의 저속노화 식단을 공유하고 관련 그림도 그려 게시한다.

인터뷰에서 “(저속노화식단을 통해) 육류 소비를 줄여 지속가능한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답한 하씨는 “사진과 요리법을 올리면 커뮤니티 회원들이 좋은 피드백을 준다”며 마음에 들어요나 좋은 댓글이 많이 생기면 다음 식단, 그림을 올릴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교수는 저속노화식단 유행 이유에 관한 질문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신기해 보여서 따라 하고 싶기도 할 것이고 2030세대에게 인기 있는 셀럽이 ‘혈당 스파이크’를 언급한 것이나 올리브영이 ‘슬로우 에이징’을 마케팅한 것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이유가 중첩된 결과일 거다”고 답했다. 이어 “저속노화식단이 유행하게 된 이유보다 유행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마트폰 사용이 유행이 아닌 문화로 여겨지는 것처럼 저속노화 식단, 나아가 생활방식도 그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도파민과 반(反)도파민의 모순적인 공존…전망은?
주목할만한 부분은 ‘도파민 트렌드’와 ‘반(反)도파민 트렌드’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2030세대들은 달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고, 1분가량의 숏폼, 도파민 터지는 영상시청을 즐긴다. 동시에 저속노화 식단, 저당 음료를 찾고 디지털 디톡스나 템플스테이에도 관심을 가진다.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유승철 교수는 “한국 사회는 ‘빨리빨리’라는 속도 지향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 마라탕 같은 강렬한 맛의 음식이 인기를 끌고, 쇼츠 같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도 즉각적인 자극에 대한 요구와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자극적인 콘텐츠와 식습관이 장기적으로는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도파민 트렌드’가 부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파민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도파민 트렌드에 대한 피로와 반성이 내재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반도파민 트렌드 전망에 대한 질문에 유 교수는 “2030세대는 건강과 정신적 안정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반도파민 트렌드는) 장기적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푸드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분야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제작과 소통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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