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단독]명태균, 직원에 “3000개를 해달라던데”… ‘특정인이 여론조사 의뢰’ 취지 녹취 나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1년 대선경선 당시 녹취공개

‘의뢰자’ 둘러싸고 새 논란 예상

與, 57만 명부 유출 조사 나서

동아일보

명태균 씨가 지난 6일 동아일보에 보내온 사진. 명 씨는 5일 경남 창원의 한 식당에서 취재팀과 만나 3시간 30분간 인터뷰를 했지만 장소 여건상 사진 촬영은 이뤄지지 못했다. 6일 취재팀이 사진을 보내줄 수 있냐고 문의하자 명 씨는 이 사진을 보냈다. 실제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명태균 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000개를 해달라던데.”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가 2021년 10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에게 ‘특정인으로부터 의뢰를 받았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여론조사를 지시하는 내용의 녹취가 공개됐다. 해당 시기 국민의힘 당원 57만 명의 명부가 미래한국연구소에 흘러들어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국민의힘이 당 차원의 조사에 나선 가운데 녹취를 두고 ‘의뢰자’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특정 대선 후보 캠프에서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뒤 무상으로 결과를 제공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된다.

11일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2021년 10월 19일 당시 연구소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당원 명부를) 다 내려받았냐”고 물어본 뒤 “안심번호에 연령별로 (분류) 돼 있냐”고 확인했다. 이에 직원이 “연령별로는 아니고 성별, 지역별로만 돼 있다”고 답하자 명 씨는 “3000개를 해달라던데”라고 했다. 의뢰자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3000개 표본 조사를 요구했다는 취지다. 노 의원이 확보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는 3450명을 대상으로 2021년 10월 19∼21일 진행됐다.

명 씨는 직원이 “지역별로 할당이 다 정해져 있다”고 하자 명 씨는 “설문지도 (줬냐)”고 되묻고, 직원은 “네, 설문지도 주셨다”고 답했다. 이에 명 씨는 “그렇게 해서 녹음해갖고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전날 노 의원은 2021년 10월 미래한국연구소로 국민의힘 당원 57만 명의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시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에 담아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 캠프에 전달했던 명부가 누구를 거쳐, 어떻게 움직였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후폭풍 속에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 인물들 간 공개 설전도 이어졌다. 명 씨는 페이스북에 “당원 명부 56만 명? 미래한국연구소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물어 보라”며 “자꾸자꾸 나온다”고 썼다. 2021년 당시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홍 시장과의 연관성을 시사한 것. 이에 대해 홍 시장은 동아일보에 “명 씨를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홍 시장의 반발에 명 씨는 “허위사실이 있으면 고소하라”며 “무고죄로 고소해 줄게”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021년 당 대표 경선 때 명 씨 개입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나 의원은 “2021년 오세훈 후보와의 서울시장 경선, 2021년 이준석 후보와의 대표 선출 전당대회는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며 “이후에 명 씨가 개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경선에서 패배했던 배경에도 명 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부정선거론자가 되는 초기 증세”라며 “내가 1등하는 조사가 수두룩했고 전대 기간 40회 넘는 조사가 이뤄졌지만, 추세에서 벗어나는 ‘조작된’ 조사 하나만 찍어 보시라. 없다”고 반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위기 앞에서 자중지란은 공멸”이라며 “당의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거나, 중진인 분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명 씨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해 자기 정치를 위해 편 가르기를 하고, 자중지란 하는 모습에 당혹스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