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메리 비어드 지음·이재황 옮김/680쪽·3만8000원·책과함께
고대 로마가 다른 고대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요소 중 하나는 권력 승계 과정이었다.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른 중국 왕조나 유럽 중세 왕국 등과는 달리 로마는 황제가 입양자를 후계자로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입양 대상은 조카부터 먼 친척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장자 1인 승계에 비해 훨씬 넓은 인적 풀(pool)을 갖출 수 있었다. 실제로 능력을 보고 양자를 들인 ‘오현제 시기’(네르바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다섯 황제가 통치한 시기)에 로마는 최전성기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오현제의 마지막 주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아들 콤모두스(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등장한 황제)에게 황위를 물려준 순간부터 제국의 쇠락이 시작됐다.
영국의 세계적인 로마사 연구 석학인 저자는 방대한 고대 문헌과 고고 자료를 인용해 로마인의 삶을 복원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작 ‘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이 로마 변방 도시 주민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렸다면, 이 책은 로마 권력 심장부와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주요 대상은 기원전 44년 암살당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부터 기원후 235년 암살당한 세베루스 알렉산데르까지 30명의 황제다.
로마는 여러 훌륭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황제 대부분이 암살을 당하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제국 팽창에 따른 1인 권력 체제의 강화가 인간의 탐욕과 맞물려 정치적 비극으로 치달았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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