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피단협을 수상자로 발표하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생존자들로 구성된 피단협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증언을 통해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공로로 평화상을 받게 됐다”는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뽑힌 일본 원수폭피해자 단체협의회의 미마키 토치유키 회장.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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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단협의 정식 명칭은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原水爆被害者団体協議会)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피폭된 이들과 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난 미국의 핵무기 실험 피해자들이 세운 전국 조직이다. 원자폭탄 투하 후 11년이 지난 1956년 결성됐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원폭 피해자 단체다.
피단협은 이후 68년간 피폭자의 입장에서 핵무기 철폐를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피폭자 보호를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해 왔다. 냉전 시대엔 유엔 군축특별총회에 3회에 걸쳐 대표단을 파견, 피폭자의 경험을 토대로 핵무기 철폐를 촉구했다.
유엔과 세계 각지에서 피폭 피해를 알리는 사진전도 열었다. 피단협은 약 300만명의 서명을 모아 핵무기 개발과 보유 등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 교섭회의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일본 NHK는 피단협이 “모든 국가가 금지 조약에 참가할 것을 요구하는 ‘피폭자 국제 서명’을 이어가 약 1370만 명의 서명을 유엔에 제출했다”고 소개했다. TPNW는 2021년 발효됐고, 이듬해 6월 오스트리아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11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뽑힌 일본 원수폭피해자 단체협의회의 미마키 토치유키 회장이 발표 후 히로시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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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생존자, ‘핵 금기’ 유지에 기여”
노벨위원회는 피폭 생존자들이 ‘역사적 증인’으로서 핵무기 사용의 재앙적 결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역사적 증인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캠페인을 만들고, 핵무기 확산과 사용에 대해 경고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를 형성하고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해왔다”라며 “피폭 생존자는 형언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하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며, 핵무기로 발생하는 고통을 어떻게든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언젠가 피폭 생존자들은 더 이상 우리 곁에 역사의 증인으로 남아있지 않겠지만, 일본의 새로운 세대는 강력한 추모 문화와 지속적인 헌신을 통해 피폭자들의 경험과 메시지를 계승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그들은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전제 조건인 ‘핵 금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평화상을 통해 원폭 피해자뿐만 아니라 “신체적 고통과 고통스러운 기억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을 평화를 위한 희망과 참여를 키우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한 모든 생존자를 기리고자 한다”고도 했다.
노벨평화상 메달.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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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핵무기’ 다시 상기할 시점”
노벨위원회는 이번 평화상을 반핵 단체에 주게 된 배경으로 최근 강대국들의 ‘핵 증강’ 기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지난 80년 동안 발생한 전쟁에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고무적인 사실을 돌아보면, 오늘날 핵무기 사용의 금기가 압박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대국들은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새로운 국가들도 핵무기 획득을 준비하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핵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며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무기인 핵무기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내년(2025년)은 미국의 원자폭탄 두 발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약 12만명의 주민이 사망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라며 “오늘날의 핵무기는 훨씬 더 큰 파괴력을 갖고 있다. 핵전쟁은 우리 문명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남겼다.
2017년 11월 10일 니혼 히단쿄 사무차장과 원자폭탄 생존자 와다 마사코가 바티칸에서 열린 핵 축소에 관한 회의에 참석중이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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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단협 “거짓말 같은 일…계속해서 핵무기 철폐 호소할 것”
미마키 도시유키 피단협 대표위원은 이날 일본 언론과 만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꿈속의 꿈, 거짓말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히로시마 시청에서 발표장면을 지켜본 그는 고인이 된 활동가들을 떠올리며 “그들도 기뻐할 것이다. 묘소를 찾아가 알리겠다”고 말했다. 향후 활동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핵무기 철폐, 항구적인 평화의 실현을 세계의 모든 분들에게 호소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도 수상 소식에 “매우 의의 깊은 일”이라며 축하의 뜻을 밝혔다.
피단협은 1901년 시작된 노벨평화상의 105번째 수상자다. 피단협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원)가 지급된다.
이지안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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