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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번역의 힘', 넘을 수 없다던 노벨상 언어의 장벽을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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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우리 작가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 번번이 수상에 실패할 때마다 불거진 게 번역 문제였습니다. 우리말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작품 내용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거였는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설들은 단어 하나도 허투루 번역한 게 없다고 합니다.

노진호 기자입니다.

[기자]

"품격 있는 번역이 한국어 원문을 날카롭고 생생한 영문으로 바꿨다"

2016년 뉴욕타임스는 '채식주의자'를 소개하며 "한강의 통찰력 있는 탐구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살리는 번역의 힘을 높게 평가한 겁니다.

이 책을 영어로 풀어낸 건 영국 출신의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2010년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문학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전문적인 한글 번역가가 많지 않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한국어를 배운 지 3년 만에 놀랍게도 '채식주의자'의 매력에 빠져 번역을 맡았고

2016년엔 한강과 함께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받았습니다.

스미스의 번역은 원작의 섬세한 문체를 오롯이 담아낸다는 평가가 따라붙습니다.

[데버라 스미스/번역가 : 저는 항상 원작의 정신에 충실하려고 하고, 그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언어 형태에도 충실하려 합니다.]

'채식주의자'에선 '소주'를 '코리안 보드카'로 풀어내지 않고 그대로 '소주'로 썼습니다.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에서도 '형'과 '언니'를 원문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부분적으로는 의역을 통해 단어를 날카롭게 벼려 작가의 생각을 뚜렷이 담아냈습니다.

[한강/작가 : 저는 소설에서 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목소리를 담는 것, 목소리 질감 같은 것… 데버라 씨의 번역은 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런 번역이에요.]

[영상취재 유연경 / 영상편집 박수민 / 영상디자인 오은솔]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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