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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의 쾌거에 온 나라가 환호했습니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는 시민도 많았습니다.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어젯(10일)밤부터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강 작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한 작가는 아직까지 언론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다는데요, 이 또한 "한강답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한승원 "딸이 무슨 잔치를 하느냐 하더라"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85) 작가가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앞에서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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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한 작가는 딸이 당장은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딸에게) 창비, 문학동네, 문지 셋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출판사에서 장소를 마련해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는데 (딸이)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고 말했습니다.
딸 한강 작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고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아버지가 전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이로 인한 죽음 앞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의 즐거움을 얘기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제주 4·3과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아픈 현대사를 문학으로 위로하는 작품을 써온 작가로서의 고민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낸 출판사 3곳도 오는 15일 기자회견을 준비했지만, 한 작가는 꺼리고 있다고 합니다.
노벨문학상에 온 나라가 들썩이지만 정작 수상자는 수상 소감마저 절제하는 모습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작가와 교류가 많은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한강답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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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강답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알권리나 대중의 관심으로 보면 당연히 기자간담회 하는 게 맞고, 한강의 책을 낸 세 출판사 같이 기자회견 준비하면 어떨까, 아이디어 있었는데 한강 본인의 의견은 아직까지는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기뻐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문학에 대한 태도와 깊게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이광호 문학평론가, SBS '뉴스브리핑'
한강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
한 작가가 기자회견은 꺼리고 있지만, 노벨위원회 측이 어제(10일) 수상자 발표 직후에 전화 인터뷰를 한 내용은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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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영어로 약 7분 동안 진행됐는데요, 한 작가는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놀랐다(surprised)"는 말을 다섯 번이나 반복할 정도로 뜻밖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수상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책을 읽고 산책을 한 편안한 하루였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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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오늘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차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노벨위원회: 수상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됐나?
▶ 한강 작가: 누군가 내게 전화를 했고 그가 내게 이 소식에 대해 말을 했다. 물론 나는 놀랐다. 나는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쯤이었고, 매우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나는 정말로 놀랐다.
▷ 노벨위원회: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 한강 작가: 오늘 일을 하지 않았다. 책을 조금 읽고 산책을 조금 했다. 내게 매우 편안한 하루였다.
▷ 노벨위원회: 이 상을 어떻게 축하할 계획인가?
▶ 한강 작가: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
한강 작가는 이후 국내 언론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데요, 정돈된 생각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로 제 작품 시작했으면.."
노벨위원회가 '방금 당신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게 어떤 책부터 읽으라고 제안하고 싶나'라는 질문도 던졌는데요, 이에 대해 한 작가는 "내 생각에 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제주 4·3으로 가족을 잃었던 기억과 작별하지 않으려는 유족의 아픔과 고통이 배어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한강의 작품을 평가했습니다.
한국 현대사 특유의 상처와 아픔을 형상화하면서 죽음·폭력과 같은 인간 삶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승화시켜온 작가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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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별하지 않는다'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가 한림원 평가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제주와 광주 지역사회도 한 작가 수상 소식을 크게 기뻐하고 있는데요, 4·3과 5·18의 진상이나 의미가 널리 알려지길 기대했습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덕분에 제주도민은 4·3의 상처를 치유 받고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품고 세계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SNS에 적었습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아 대단하다. 가슴이 뜨겁다"는 소감을 SNS에 올렸습니다.
※ 제주4·3은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 발포에 의한 민간인 사망사고를 계기로 저항과 탄압, 1948년 4월 3일의 봉기에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 해제 때까지 무력 충돌과 공권력에 의한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이 집단으로 희생된 사건'(제주4·3특별법)을 말합니다.
"번역의 쾌거이기도"
이번 쾌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번역의 쾌거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한강 작가의 시적인 문장들은 외국어로 번역하기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질 높은 번역으로 이런 언어적 장애물을 뛰어넘었습니다.
첫발은 소설 '채식주의자'의 영어 번역이었고,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숨은 주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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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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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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