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 시 미군 시설 공격 대상 될 수도
"미국·이스라엘, 이란 보복 이견 조율된 듯"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4일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대사원에서 금요 예배 중 설교하고 있다. 테헤란=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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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에 나설 때 주변 국가들이 영토와 영공을 내줄 경우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를 이란이 주변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근 국가들은 이스라엘 공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보복 셈법만 더욱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이란의 미군 시설 공격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앤드루스 합동기지=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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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복수의 중동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중동 주요 산유국인 요르단·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에 해당 국가의 영토나 영공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사용될 경우 보복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비공개 외교 채널을 통해 해당 경고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이란의 보복이 현실화할 경우 자국 석유 시설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등 일부 국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자국 영공 비행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이란의 산유국 위협으로 미국은 더 난감해졌다. WSJ에 따르면 이란의 경고를 받은 국가들은 미국의 안보우산하에 있는 나라들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군이 집중돼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자칫 미군 시설과 병력도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란 "우리 핵시설 공격 시 핵전략 바꿀 수도"
이스라엘 전투기가 지난 8월 25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인근 상공에서 비행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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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미국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WSJ는 "이스라엘은 시리아나 이라크 영공을 통해 전투기를 보내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주변 국가들로 이동하는 데 제한이 생기면 홍해에서 작전 중인 항공모함 등 미군 보호나 재보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보복 수위와 시점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영국 가디언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는 11월 열리는 미 대선 때까지 보복을 미룰수록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다고 계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복수의 미국·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9일 진행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전화 통화 이후 양국의 대이란 보복 범위 관련 이견이 대체로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 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핵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정치 고문인 라술 사나에이 라드 준장은 이날 이란 반관영매체 파르스통신에 "(이스라엘의) 핵 시설 공격은 전쟁 동안이나 그 후의 계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란이 핵전략을 수정해 이스라엘의 핵시설을 목표로 다시 보복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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