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 특화 바이오촉매 개발 후 성능 강화
오염된 페트 영구 재활용 가능성도 열어
경북대·CJ제일제당 공동 '사이언스' 발표
유색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이 혼합된 저품질 복합 페트 소재를 재활용해 만든 원료(테레프탈산)로 생산한 페트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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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학 연구진이 플라스틱을 생물학적으로 분해하는 바이오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촉매는 페트(PET) 소재 플라스틱을 8시간 만에 약 90% 분해할 수 있고, 불순물이 섞인 페트도 고품질 소재로 변환할 수 있어 향후 산업적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김경진 경북대 생명공학부 연구진과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가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페트 제품은 주로 분리수거 후 분쇄하고 세척해 원료로 사용하는 ‘기계적 재활용’을 통해 재활용된다. 그러나 물리적 가공을 거치는 데다 수거된 페트에 불순물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 소재 품질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화학 촉매를 이용해 페트를 녹여 원료를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은 고온을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드는 데다 추가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기존 재활용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생물학적 재활용’에 주목하고, 페트를 분해하는 고성능 바이오촉매(효소)를 개발하기로 했다. 연구진은 자연계에 있는 다양한 바이오촉매의 집합을 지도로 그린 뒤, 이들의 효과를 예측하는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고안했다. 이를 활용해 페트에 특화한 바이오촉매 합성에 성공했고, '쿠부'(Kubu-P)라는 이름을 붙였다. 효소공학을 적용해 쿠부의 성능을 강화한 쿠부M12 촉매는 0.58g의 소량으로 페트 1㎏을 1시간 안에 45%, 8시간 만에 90% 이상 분해하는 성능을 보였다.
쿠부를 이용한 생물학적 재활용은 불순물이 섞인 페트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최근 유색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혼합된 저품질 페트를 쿠부M12로 재활용해 얻은 원료(테레프탈산)로 국내 최초의 바이오 재활용 페트병을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의 바이오촉매 기반 재활용 기술은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으나, 향후 대량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상업 규모로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김경진 교수는 "이번 연구로 재활용이 되지 않는 오염된 플라스틱까지 영구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향후 섬유 등 다양한 화학산업에서 이를 응용한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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