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서주세요~" 11일 오후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서울 통의동 '책방 오늘'에 입장하려는 손님들이 몰려 줄이 늘어서자 책방지기가 나와 질서 유지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침부터 와서 기다렸는데 '소년이 온다'는 벌써 품절이네요."
11일 오후 1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과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책방 오늘' 앞. 계산을 마치고 나온 윤예지 씨(35)는 아쉬워하면서도 설레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지 못한 책 대신 한강의 또 다른 소설 '흰'과 최진영 작가의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 두 권을 손에 쥐었다. 윤씨는 "원래도 작가님 문체를 좋아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어젯밤 노벨상 소식을 듣고 책을 소장하고 싶어서 마침 서촌에 온 김에 찾아왔다"며 "우리나라 여성 작가들이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책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널리 알린 적은 없지만 한강 작가는 약 6년 전 서울에 서점을 열었다. 2018년 서초구 양재동에서 시작해 지난해 7월 지금 자리로 옮겼다. 이날 책방에는 개점 시간인 오후 1시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3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라 줄을 서서 입장했고 서점이 꽉 찬 후에는 책방지기의 안내에 따라 한 명씩 들어가고 나가기도 했다. 전날 밤 발표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전례 없던 '책방 오픈런'이 벌어진 것이다. 근처 직장인 최희윤 씨(36)는 "기왕이면 동네 책방에서 한강 작가님 책을 사려고 나왔다가 직접 운영도 하는 곳이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복궁에 현장 체험 학습을 지도하러 왔다가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들렀다는 교사 고은주 씨(53)도 "모처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소식이었는데 의미 있는 책방에서 책도 살 수 있어서 행운"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강 작가가 이곳 서점의 대표자란 사실은 영수증에 찍힌 '대표자명'이나 몇 차례 방문한 덕에 거주민과 문학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단다. 서촌에서 나고 자랐다는 한 60대 남성도 "알고 있었다. 약속 나가는 길에 들러봤다"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상은 씨(45)도 "양재동 시절부터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며 "오늘은 혹시라도 사인본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와봤다"고 말했다.
책방은 빨간 단층 벽돌 건물에 큰 창과 아기자기한 손글씨 안내문으로 꾸며져 골목을 따뜻하게 밝히고 있다. 서가 곳곳에 책을 소개하는 메모지가 붙어 있고, 작가 한 명을 선정해 꾸민 '작가의 서가'에서는 해당 작가의 추천 책과 집필 서적을 볼 수 있다.
한쪽의 공중전화 부스에서는 수화기로 박완서와 버지니아 울프 등 명작가들의 육성이 흘러나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